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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Apr 17. 2020

[Review] 몸으로 말해요 : 정크, 클라운


 우리가 자주 접하는 공연에서 배우들이 맡은 역할, 전개되는 스토리와 극의 흐름을 그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나 '정크, 클라운은'은 다르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극을 이끌어가면서 대사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름을 모르고 말 한마디 듣지 않았지만, 이 공연을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공연에 어울리는 음악, 배우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연극은 진행되고 있었다. 


 4명의 친구는 고물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만들어 타고 놀았다. 코끼리나 뱀처럼 동물로 변하기도 했으며 갑자기 물에 풍덩 들어가기도 했다. 닭이 되어 꼬꼬댁거리면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펼쳐졌다. 이 상황을 통해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감탄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도록 웃기도 하면서 50분이란 시간을 꽉 채워서 집중했다. 


 처음부터 고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 마지막에 낡은 우산을 쓰면서 비를 맞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연극의 스토리를 나 혼자 상상하게 되었다. 꿈 같이 즐겁게 놀다가 비가 오면서 현실을 자각했을 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의 삶의 이 공연에 고스란히 담긴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으로만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여운이 길게 남은 것 같다.

 

 그리고 50분이란 시간을 쉬는 틈 없이 표정 그리고 몸동작만으로 극을 이끌어 간 배우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누워있는 연기를 하던 배우들을 살펴보니 호흡이 가빠진 것을 봤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다. 말없이 움직이고 표정을 연기하면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수천 번의 연습을 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대단한 공연을 봤다고 느낀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도 없었을 텐데 이 상황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노력에 또 다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사가 없이 과연 극을 재미있게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서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집중력, 순발력, 에너지를 인지하고 몸을 내던지며 연기하면 관객들은 그 공연에 훨씬 더 쉽게 몰입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배우들의 몰입으로 관객들 역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 물에 들어간 사람, 닭 등으로 그들의 연기를 그 순간에 진짜로 느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들이 보기엔 어른들의 에너지가 조금 무서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맨 앞줄에 앉은 아기가 괜히 신경 쓰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이와 어른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면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더 좋은 연극이 되지 않을까?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결코 조용하지 않았던 이런 연극이 더욱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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