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연 Jul 28. 2020

[Review] 레몬청 만드는 법, 핑거라임


 5개월간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레몬청을 다섯 통은 만들었던 것 같다. 베이킹소다로 레몬을 깨끗하게 씻고 칼로 썰고 씨를 빼고 설탕과 겹겹이 쌓아서 만든다. 손님 응대를 하면서 틈틈이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레몬의 새콤한 냄새를 온전히 느끼고 즐기면서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정신없이 레몬을 썰고 설탕을 붓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레몬청 만드는 법]을 책으로 읽으면서 내가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일을 하다 보면서 자주 만나는 손님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이 책 속에서도 자주 오던 손님들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지만 딱 거기까지 선을 지키고 있다. 책에서 나와 비슷한 삶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공감이 갔다. 


[핑거라임]은 역시 10년 전 미국에서 호스트 엄마가 얼음물에 꼭 라임을 썰어 마셨던 것이 생각나는 소재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핑거라임은 고통을 잊기 위한 요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나 역시 라임을 썰어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탐이나 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라임을 썰어 고통을 잊는 것이 해결책일까? 싶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핑거라임을 한번 씹어서 그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온전하게 사라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결국 핑거라임을 통해 내가 느끼는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그 두려움을 잊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핑거라임을 찾게 될 것이다.  



 아주 짧은 단편이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냥 하루하루 보내는 일상이 [레몬청을 만드는 법]처럼 술술 읽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내가 회피하고 싶은 일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핑거 라임]처럼 의존하게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 삶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요새 나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찾아다니고 고통받고 속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깨달았고 중심이 없는 내 모습에 고통을 받았다. 이럴 때 핑거 라임처럼 어떤 것을 찾으면 좋았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이를 헤쳐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늘도 정신없이 레몬청을 사용해서 음료를 만들었고 피곤함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조차 몰랐지만 이런 일상이 모여서 나에게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느끼는 고통을 회피하는 삶이 아닌 직면 하고 해결해나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상큼하고 새큼하고 쌉싸름한 레몬 그리고 라임. 이 둘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어떤 날은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내하고 나아가다 보면 레몬청처럼 시기마다 다른 맛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스스로 기대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Review] 책, 예술적 얼굴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