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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Mar 13. 2023

누군가와 함께하는 출발:: 영화 '6번 칸'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SYNOPSIS •

고대 암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핀란드 유학생 여자

무르만스크 행 기차 ‘6번 칸’에서 만난 낯설고 무례한 남자

거리를 두려는 여자 ----------- 가까워 지려는 남자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되고…

이 여행의 끝에 불완전한 그들은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꽤나 잔잔하다.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핀란드 유학생 여자 '라우라'는 조심스럽다. 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기도 하고 눈치를 많이 보고 조심스러운 성격인 것이 잘 드러난다. 그렇게 기차 '6번 칸'에서 낯설지만 적극적인 남자 '료하'를 만난다. 그를 경계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하며 불편해하는 것이 보여서 둘은 상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함께 술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놀기도 한다.  


영화에서 시간이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잠깐 정차하는 기차역에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나눠먹고 장난을 친다. 잔잔하게 스며든다는 게 이 둘의 관계를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료하는 처음에 술에 취해 굉장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는 늘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는데 이 둘 역시 양면성이 잘 보였고 인간답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모든 인물들이 완벽하지 않아서였다.  


 적극적이라 생각했던 '료하'도 기차 정차역에선 도망쳤다. 그리곤 그 둘은 같은 목적지였던 곳에서 다시 만난다. 암각화를 보러 가기 위해 목적지에서도 함께 하는 둘. 연인과의 관계가 불안했던 '라우라'는 마지막에 말끔히 정리한 개운한 모습으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 그때 밝아진 '라우라'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사랑스럽고 행복이 충만하게 느껴졌다.  


 일방적인 관계는 결국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 같다. 서로의 적극적인 부분이 필요하고 그 적극적인 부분은 사랑과 관심, 호감 등 긍정적인 감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두 명은 서툴렀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 관계가 계속 지속될 수 있었다.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일을 그들이 서로 했기에 둘은 암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 


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보단 은은하고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내 성격은 정말 급한 편인데 그런 성격과 다른 차분한 것을 좋아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 잔잔함이 주는 여운은 오래 곱씹을수록 깊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6번 칸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스며들었던 두 주인공처럼 내 삶 역시 은은하게 스며들어 점차 깊어지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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