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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20. 2021

소설 캠프아라리를 연재하며

시작 글 

   

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장애 문제보다 내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정말 억울하고 서러웠다. 육아 문제부터 교육과정을 지나면서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할지 선택의 폭이 너무 없었다. 참 많은 방황을 했고, 많은 것을 받아들인 지금도 내가 없는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인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또 별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      


     

다양한 길을 만들어 놓지 않은 선배들이 원망스러웠고 후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틀림없이 내 뒤의 후배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내 흔적이라도 남겨 길을 만들어 보고자 글도 쓰고 블로그를 만들고 카페에 가입하는 등의 흔적 남기기에 도전해 봤다. 많은 후배 부모들이 격려해줬고 조심스럽게 댓글도 달고 집으로도 방문했다. 역시나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 같은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의문이 하나 들었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달라질 수 없는 걸까? 뭔가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의 장애가 정말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인가? 만약 육아기나 교육 적령기를 우리 아이들의 지적 능력과 특성에 맞춰 새로 만들고 그에 따른 교육을 맞춤교육으로 하면 어떨까? 지식보다는 소통과 공감협동 등의 능력에 집중해서 교육해 보면 어떨까? 지적 능력과 육체적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 줘도 사회참여가 불가능할까? 모든 생활 전반에 걸쳐 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이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득권층의 이익에 의해 다양한 다름을 장애라는 틀에 집어넣어 격리를 목적으로 최악으로 규격화한 것은 아닐까? 이런 사회적 집단 편견에서 나 자신은 자유로운 게 확실한가?    


       

“우리 아이를 낳았을 때 의사는 다운증후군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심장병이 생길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어떤 증상이 있으며, 무엇인지, 기대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줄줄 읊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얘는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드렸을 때 그는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나중에 퇴원 무렵 다시 상담했을 때 ”어머니 제가 배운 건 말씀드릴 수 있었지만, 어떻게 키우고 어떤 방법으로 교육해야 하는지, 뭘 해야 더 좋아질지, 얼마나 좋아지는지, 사실 ‘미래’에 관한 건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라며 미안해했습니다.     

우리 집을 방문했던 어느 다운증후군 부모의 한 맺힌 이야기다. 우린 언제까지나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하나?  


        

영국의 국민배우 사라 고디, 그녀는 대영 제국 최우수 훈장을 받았고, 노팅엄 대학교에서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노엘리아는 유치원 교사가 되었습니다. 2016년 20세의 나이로 세계 4대 패션쇼인 런던 패션 위크에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선보인 과테말라의 디자이너 ‘이사벨라 스프링뮬 테자다’도 있습니다. 영국 해협과 타호호수를 횡단한 몸무게 43kg, 키 147cm의 다리까지 절뚝거리는 철인 여성 카렌 개프니. 2019년 뉴욕 기업가상(Ernst & Young Entrepreneure Award(EOY상)을 수상한 크레이지 삭스(John’s Crazy Socks)‘의 최고 경영자 ’존 크로닌‘. 2015년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Bb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트럼펫 및 색소폰 등 7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40개 이상의 주와 13개국에서 공연한 미국의 수예 데사이.   

   

파나마 미래 리더로 선정된 유투버 마리아 호세, 섬유예술가 주디 스캇, 미스 아메리카 미카엘라 홈그린, 벨기에 힙합 그룹의 두 래퍼 필립과 코스타, 스페인 발라돌리드 시의회 의원 엥겔라, 아르헨티나에서 피자 가게를 창업한 네 명의 동업자들, 프로 줌바 강사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인정받는 중증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들이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wkdusguard 의 발달장애 모순의 주인공들 참고)     



이들에게는 어떤 사회적 문화환경과 교육이 있었을까? 이들의 부모는 어떤 노력을 했기에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20여 년을 무지하게 살아오며 아이의 기회를 빼앗은 것 같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도 편견에 세뇌당한 비장애인인 아버지였다. 만약 내가 절망에 빠져 운명과 신세 한탄하고 있던 시간에 내 아이의 장애 실체를 파악하고 연구하여 아이의 미래를 구상하고 계획을 세워 교육했으면 어땠을까? 혼자보다는 같이할 만한 사람들과 여럿이 하면 외롭지도 않고 머리도 모을 수 있고 목소리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아이의 장애와 미래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면 어떨까? 우리가 장애에 맞는 맞춤교육을 하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생애주기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관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의료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직업군을 만들고 사회적 금융시스템과 사회적 보험 시스템을 만들 순 없을까?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시스템은 불가능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와 시스템이 있는 사회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온 오프라인으로. 전 세계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는 거다. 우리 아이들이 일하고 사는 기업 마을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비슷한 인식과 목적이 같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내 아이의 문젠데.  



                   

처음에는 ’ 상상 에세이‘라고 이름 붙이고 수필 형식으로 써 보았습니다. 모두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그들이 모여 이 사회의 시스템을 바로 잡아가는 ’ 어벤저스‘ 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연을 가진 강한 부모들이 모인다면, 서로 힘을 합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가미해 소설 형식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이 또한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부족함이 많을 듯합니다. 관심 가져 주시고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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