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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Aug 15. 2021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과 노엘리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과 노엘리아     




1

세상의 다른 한편, 신기한 요정의 세계에 장난꾸러기 요정들과 여왕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여왕은 세상 아름다운 것들을 비춰주는 거울을 갖고 싶었다. 여왕의 마음을 알게 된 악마가 거울을 만드는 장인으로 변신하여 여왕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여왕이시여 제가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을 보여주는 거울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악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울을 만들어 여왕에게 바쳤다. 여왕은 기뻐하며 거울로 다가갔다.      


“꺄악!!”     


거울에 기괴하고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깜짝 놀란 여왕은 거울을 깨버렸다.      


쨍그랑!      


거울 조각은 바람에 날려 사방에 퍼졌고 그중 한 조각이 여왕의 가슴에 박혔다. 여왕은 심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심장이 얼어버린 여왕은 새로 변해 추락하고 말았다. 여왕이 없어진 요정의 나라도 얼어붙었다.


          

2

작은 마을이 있었다.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유난히 작고 순수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노엘리아였다.      


노엘리아는 친구들과 항상 같이 놀았다. 친구들은 노엘리아가 조금 느려도 언제나 기다려주며 같이 놀았다. 노엘리아는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이 너무너무 행복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눈은 반짝거렸고, 사람들은 눈을 맞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아얏!”     


사람들은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갔다. 노엘리아는 친구들을 걱정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이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만나도 서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노엘리아를 멀리하기 시작했으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쟤 이상하게 생겼어.”

“괴물 같아!!”     


아이들은 노엘리아와 놀지 않으려 했다. 노엘리아를 가엽다며 따뜻하게 돌봐주던 어른들도 노엘리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난 우리 애가 노엘리아랑 있는 게 너무 싫어.”

“왜 저런 애가 우리 마을에 있는 거야?”

“노엘리아랑 같이 있으면 우리 애도 바보가 될지도 몰라.”     


노엘리아는 갑자기 자기에게 왜들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노엘리아는 슬펐다.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의 눈에 땅에 떨어져 있는 작은 새가 보였다. 바르르 떨고 있는 작은 새는 마치 노엘리아 자신 같았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새를 안고 집으로 갔다.      


“그래, 친구를 찾자. 어딘가에 착한 친구들이 있을 거야.”     


노엘리아는 이제 건강해진 작은 새와 새로운 친구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3

여행을 떠난 노엘리아의 눈에 작은 보육원이 보였다. 따듯해 보이는 보육원이었다. 햇살이 붉은 지붕을 비추었고, 보육원 앞마당에서 노는 어린아이들의 표정이 환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고 있는 보육원 선생님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로 가득해 보였다. 노엘리아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보육원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새가 날아 보육원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작은 새야! 함부로 들어가면 안 돼!!”     


노엘리아는 새를 쫓았다. 새는 어느 창문으로 쏙 들어갔다. 노엘리아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인자해 보이는 할머니가 책상에 앉아 작은 새에게 쿠키를 주고 있었다.     


“너는 누구니?”

“안녕하세요. 저는 노엘리아라고 해요. 새와 함께 왔어요.”     


그런 노엘리아를 보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구나, 노엘리아야 이곳은 어린아이들을 돌봐주는 보육원이란다. 네가 만약 보육원의 일을 돕는다면, 작은 새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해주마.”     


그렇게 노엘리아는 보육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청소, 빨래. 노엘리아가 하는 일이었다. 궂은일이었지만, 노엘리아는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아이들도 매일 보는 노엘리아가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은 점차 노엘리아가 있는 것에 익숙해졌고, 노엘리아도 아이들과 조금씩 친해졌다.     


특히 아이들은 노엘리아의 곁에 있는 작은 새를 좋아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작은 새에게 다가가 같이 놀았다. 아이들과 작은 새는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4

보육원에서 노엘리아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항상 밝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원장의 판단을 의심하던 선생님들도 점점 노엘리아의 성실함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노엘리아에게 자기 일들을 하나씩 맡기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선생님들의 보조로 일했고, 아이들이 자기 전에는 씻는 것을 도우며 노엘리아는 점점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노엘리아는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노엘리아는 행복했다.    

  

원장은 노엘리아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노엘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보육원 선생님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어느 날, 원장이 노엘리아를 불러 물어보았다.     


“노엘리아야, 네가 항상 우리 보육원에 있고 싶다면 선생님이 되어야 한단다. 그렇게 한번 해 보겠니?”     


노엘리아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저는 뭐든지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사실 보육원 교사가 되는 방법은 교육청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노엘리아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다운증후군인 노엘리아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노엘리아가 유치원 교사가 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원장과 노엘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원장은 보육원에서 일하는 노엘리아의 이야기를 편지로 적어 나라 곳곳에 보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다운증후군이며,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며, 보육원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 속에서나 벌어질 것만 같이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노엘리아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 성안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5

왕자는 새로 알게 된 소문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왕자는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일하는 보육원으로 갔다. 


왕자의 방문을 모르는 노엘리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돌보았다. 아이들을 깨우고, 씻는 것을 도와주고, 식사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노엘리아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노엘리아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본 왕자는 노엘리아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왕자는 아이들을 돌보는 노엘리아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성으로 돌아온 왕자는 자신이 본 노엘리아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폐하, 그녀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왕자의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노엘리아를 성으로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노엘리아여, 그대는 왜 보육원 교사가 되고 싶은 것인가?”     


노엘리아는 자기가 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지, 왜 괴물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폐하, 저는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으로 잘 돌보고 싶어요.”     


황제의 질문에 답하는 노엘리아의 표정과 행동에는 숨길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대는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구나. 특별히 너에게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노라.”               




황제의 배려로 노엘리아는 이제 보육원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지만, 노엘리아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었다. 마을에서 거세게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다운증후군이 무슨 자격으로 아이들을 돌보는가?”     


논란은 거셌지만, 노엘리아는 묵묵히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했다. 변함없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언제나 아이들의 편에서 생각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점차 주변을 변화시켰다. 노엘리아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겼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노엘리아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점차 그녀에게 감화되었다.     


차근차근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된 노엘리아는 드디어 보조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년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드디어 정식으로 보육원 교사가 되었다. 

     

“오 맙소사! 내가 정말 선생님이 되다니!! 작은 새야! 나 너무 행복해!!”     


순간 노엘리아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 작은 새의 머리에 닿았다. 그리고 작은 빛이 퍼졌다. 새의 심장에서부터 나온 빛이었다. 빛은 점차 커져서 새를 감싸버렸다. 빛이 점차 사라지며 작은 여왕이 나타났다. 여왕은 노엘리아의 순수한 기쁨의 눈물 덕분에 얼어붙은 자신의 심장이 완전히 녹게 되었다고 했다.      


“노엘리아야, 고마워, 네 덕분에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되었단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여왕은 이제 요정의 나라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 노엘리아는 여왕과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그러나 노엘리아에게는 보육원의 일이, 여왕에게는 여왕의 일이 있었다.      


“잘 가. 작은 새야.”     


떠나는 요정 여왕의 뒤로 밝은 해가 떠올랐다.                



글쓴이의 말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보며, 저는 아르헨티나의 노엘리아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중증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노엘리아라는 소녀는 자신을 괴물이라고까지 불렀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유치원 교사가 됩니다. 그녀의 도전은 동화보다 더 재미있고 아름다운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엘리아의 여정은 게르다가 카이를 찾아가는 여정보다 더 험난했고 부딪치는 장해마다 순수하고 성실한 노력으로 그 장벽들을 녹여내었습니다. 심지어는 방해꾼들을 감동시켜 자신의 동조자로 만들어 갔습니다.     


현실에서 노엘리아는 유치원 교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편견’이라는 가시밭길이 남아있습니다. 동화 속 이야기는 항상 해피 엔딩으로 끝납니다. 주인공에게 여러 가지 고난이 닥치고 주인공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해피 엔딩으로 끝납니다. 


현실의 노엘리아도, 동화 속의 노엘리아처럼 밝은 미래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아르헨티나의 유치원 교사 Noelia Garella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215378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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