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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20.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1 정신과 전문의 서유재


40대 초반의 명문대학 출신 정신과 전문의인 서유재는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항상 진지한 표정으로 상담을 하고 환자들의 편에서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러나 상담이 끝나면 냉정하게 의사로서 중심을 잡고 권위 있는 자세를 취한다. 그런가 하면 또 특유의 친밀감 있는 미소와 위트로 환자의 마음을 풀어주며 상담한다. 그런 그녀의 상담 방법은 환자에게 의사로서 신뢰를 보여주었고 친밀감도 주었다. 


그 외에도 그녀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는 깊은 눈망울로 상대를 응시하면서 상담했다.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환자들에게 안정과 믿음을 주었다. 처음에 상담실에 들어올 때는 자신의 증상이 큰 문제인 것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상담실에 들어왔던 환자는 상담실을 나갈 때 그나마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그런 서유재 본인은 정작 자기 일이 항상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본인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치료한다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긍정적이고 명랑한 성격이었던 그녀는 외아들인 선우의 장애를 만나기 전까지 너무 행복했었다. 그녀는 행복이란 자신의 마음에 달린 것으로 생각했었다. 부자라고 꼭 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다. 학생으로서도 공부에도 충실했다. 주변과 잘 어울리는 밝고 즐거운 성격의 그녀는 친구도 많은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불행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여고 시절 비슷한 생각의 친한 친구 몇 명과 ‘행복 찾기’ 동아리를 결성했을 때 사람들은 같은 상황이라도 행복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연구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그녀는 대학을 철학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의사였던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권유로 의대를 가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도 직업이 있어야 하고 여자의 직업은 교단에 서는 것이나, 의사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누차 강조를 했다. 사실 그동안 그녀는 자신에 대한 중대한 결정에 있어서 부모와의 이견에 부모의 뜻을 거부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한 반항이 내과나 피부과를 권한 아버지의 의견을 무시하고 신경정신과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 계통으로 가야 그녀는 예전부터 궁금했던 ‘사람들이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연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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