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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23.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3 결혼 출산 그리고 행복     


그와의 결혼은 모두의 축복을 받았다. 결혼 후 그녀는 대학병원에 남아서 있기보다는 개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 행복에 관한 연구를 해 보고 싶다는 이유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보다 더 그녀가 원했던 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그녀가 꿈꿔왔던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행복했던 결혼과 1년 뒤의 개업 준비과정이 끝나고 나자 서유재는 마치 몸살을 앓았던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개업을 앞두고 남편은 조금 쉬자고 한다.    

  

“당신 좀 쉬는 게 어때? 우리 지금 한참 행복해야 할 때야. 그런데 당신이 너무 바빠서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어 보여.” 

“그래 한동안 그랬지, 당신에게 미안해! 좀 쉬어야 할까 봐."


남편은 웃으며 등을 토닥거린다. 


"우리 지리산에나 갈까?”   

   

그렇게 결혼 1년 만에 가진 지리산의 휴가에서 선우가 기적처럼 왔다. 임신을 확인한 날 그날의 감동과 기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모든 행복의 조건이 완성되었다. 둘은 첫 초음파 사진을 100번도 넘게 들여다보았다.      


지루했던 기다림의 시간도 입덧도 태교도 서유재에겐 희망과 행복의 시간이었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서유재는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결정했다. 그게 아이에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출산 당일 차분하게 준비하는 서유재보다 남편이 더 불안해했다.    

 

“힘들었지”   

  

남편의 눈에 물기가 어려있다.  

    

“잘 참아냈어, 수고했어.”

“.............”

“출산의 고통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합쳐놓은 거래. 그걸 이겨낸 거야. 멋있어 우리 아내 예뻐”

“울었어?”

“아이의 탯줄을 잘라줬는데 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막 우는 거야. 그런데 그때 나도 막 눈물이 나더라고.”

“바보, 아이가 우는 건 아빠한테 세상에 나왔다고 신고하는 거야.”     


국영은 서유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쁨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던 날. 세상에 그 어떤 행복이 이보다 더할 수가 있을까? 붇기가 빠진 아이는 보면 볼수록 너무 예뻤다. 커다란 검은 눈은 반짝인다. 그때 지리산 밤의 별들이 모두 담겨있었다. 작지만 야무진 입은 꼭 다물려있었다. 선우의 탄생으로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대학병원을 포기한 후 마음의 한구석에 남아 있던 작은 후회마저 그녀의 선택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남편은 선우의 첫 초음파 사진, 갓 태어난 사진 등을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녔다. 남편의 지갑 속에 자리한 아기 사진은 봐도 봐도 신기했다.  

    

“왜 이렇게 사진을 넣고 다녀?”

“우리의 행복을 증명하는 순간들이잖아. 사진이 아니라 행복을 넣고 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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