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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21.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2 사랑의 고백과 행복의 시간들


대학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로 근무할 때 밝고 붙임성이 좋았던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지도교수도 그중의 한사람이었다. 그 교수가 자신이 아끼는 후배라며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 줬다. 큰 키에 하얀 치아가 보이는 웃음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장국영’이라는 그의 이름이 첫 만남에서 웃음을 주었다. 교수님은 ‘홍콩 배우 장국영만큼은 아니지만, 짝퉁 장국영으로는 쓸만해’라고 추천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대학 연구소에서 유전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학자답게 순진했고 신사다웠다. 그를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고 그는 점점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갔다.       


    

매년 있는 학회의 여름 세미나 때 지도교수에게 서유재는 휴가를 얻었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간을 좀 쉬기로 했다. 학회가 열리는 지리산호텔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장국영이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그와 만남에 놀란 서유재에게 지도교수는 두 팔을 쭉 뻗으며 선물을 주는 포즈를 하고 크게 웃었다.     


"서프라이즈! 너희들 진도가 너무 느려서 하하하 너희들 좀 도와주려고 내가 불렀어"     


그도 휴가를 냈고, 호텔 근처에서 민박한다고 했다. 그의 민박집 앞에는 깊이는 얕고 넓은 내가 흐르고 있었다. 내 위에 놓인 평상 위의 세상은 딴 세상이었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등 맑은 자연의 소리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토종닭 백숙을 메인으로 한 시골밥상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평상에 잠깐 누웠다. 어느새 별이 쏟아진다. 깊은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하늘과 그 어둠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별들이 하늘을 남청색으로 풍부하게 보여준다. 그는 평상에 걸터앉아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는 추억을 소환해주는 익숙한 멜로디였다.    

  

"아 이 노래? 카펜터즈의 ‘그대를 위한 노래’죠? 내가 좋아했었는데" 

"아닌데 내 노래는 레이 찰스가 부른 그대를 위한 노랜데……. 하하"

"그 노래가 그 노래잖아요. 부른 사람이 다를 뿐이지."     


항의하듯 눈을 흘겨 뜨는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던 국영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주면서 끊어질 듯 가늘어지다가 낮은 소리로 이어진다. 밤바람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듯 스쳐 지나간다.    

  


지금, 우리 두 사람뿐.

그리고 나는 이렇게 당신만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오.

당신은 진실의 비밀을 숨기지 않고 가르쳐 주었지.

눈앞에 나타난 당신, 숨은 나.     

내 좋아하는 곳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곳.

내 생애를 통해 당신만 사랑한다오.     



감미로운 노래로 그는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는 그의 무릎을 베게 삼아 누웠다. 노래의 여운은 시원한 공기를 달콤하게 만들었다. 그날 그의 고백은 그녀도 그를 절실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별이 그들 사랑 서약식의 증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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