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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31.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9 승환 맘 김지우      

         

  

부모회 정기모임은 토요일 어린이집에서 열렸다. 지난번 카페에서 인사를 나눴던 엄마들이 반갑다고 인사들을 한다. 스스럼없는 그녀들 덕분에 모임이 편해졌다. 오늘의 주요 안건은 아이들의 간식과 급식의 재료를 유기농으로 바꾸는 데에 대한 급식비 인상 문제였다. 하루 500원 정도 더 내야 하는데 문제가 어린이집 측과 약간의 이견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였다. 부모회 회장이 인상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회원들은 각자가 자기 의견들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괜찮아 보였다. 부모회장의 민주적인 리더 쉽이 돋보였다.      



모임이 끝날 무렵 뒤에서 누가 말을 건다.     

 

“어머 언니, 유재 언니 아니세요?”      


“어? 지우야!”     


대학 때의 동아리 후배였다. 선우 맘이 된 서유재는 반가우면서도 어색했다. 여기서 과거의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원래 서유재는 활발한 성격에 대학 때부터 상당히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는 시간을 좋아했다. 선우를 낳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그 모든 활동이 없어졌고 그냥 병원과 집만 오가게 된 지 꽤 오래되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는 사람처럼 오늘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인 여기서 과거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들은 반갑게 손을 잡고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여기서 지우 너를 만날지는 상상도 못 했다.”     

 

“네, 저도 언니, 여기서 만날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피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너무 놀라서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랬구나. 참, 너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미안. 그때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우리 친구들에게 내가 죄지은 게 많아.”     

 

“언니, 저도 그랬잖아요. 다들 자기 삶이 바쁘면 그렇게 되나 봐요.”   

        

지우의 웃음소리가 어색했다. 후배 김지우는 이제 승환 맘이란다. 그녀도 아이가 여기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이야기했으나 곧 그 웃음 뒤에 깊은 어두움이 배여 나왔다. 서유재는 자신의 표정도 저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언니 소식은 가끔 들어요. 우리 옛날에 많이 친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사이가 됐네요.”    

  

그동안 소원했던 서로에 대한 질책인지 어색하게 꺼내는 말 끝자락에 여운이 어린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였던 김지우는 서유재를 잘 따랐던 봉사동아리 후배였다. 봉사활동을 다닐 때 항상 서유재 옆에서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련한 한 귀퉁이에서 갑자기 보물처럼 그녀와의 기억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맞다 너 그때 금호동 연탄 나르는 봉사활동할 때 얼굴에 시커멓게 연탄을 묻히고 왜 그렇게 웃었어? 가끔 그 생각이 나는데 네가 그때 그렇게까지 웃을 이유가 있었나?”  

   

“금호동 연탄? 아 그때 호호, 나도 그때 생각이 가끔 나요. 호호 언니가 땀을 많이 흘려서 내가 땀을 닦아줬는데 그때 언니 얼굴에 연탄이 많이 묻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그것도 모르고 내 얼굴에 연탄이 묻었다고 놀렸잖아요. 진짜 웃기는 거는 아무도 언니한테 얼굴에 연탄이 묻었다고 가르쳐주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 호호”   

  

웃음과 즐거웠던 기억의 소환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잠깐이지만 동아리 때 이야기를 하는 사이 그녀들은 어느새 그때로 돌아가 손을 맞잡고 있었다.  

    

“언니 나 그때 언니 정말 좋아했었어요. 친언니같이…….”     


“그러게, 나도 너 참 예뻐했는데, 참 지금은 그런 표현 쓰면 안 되나? 엄마가 되고 같이 학부몬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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