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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07.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원장 김은경        

       

      

도르프게마인샤프트    

 

“제가 처음에 독일에 갔을 때 우연히 독일 친구의 소개로 ‘도르프게마인샤프트’라는 곳을 가 보게 됐어요. ‘도르프게마인샤프트’는 우리말로 마을 공동체란 뜻인데 ‘캠프힐 공동체’라는 곳을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있어요. 그곳은 인지학이라는 학문 이론을 바탕으로 치료 교육을 하는 장애인 공동체였어요. 이 인지학의 창시자가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사람인데 이분은 1919년 발도르프 학교를 세워 자신의 인지학을 적용한 발도르프 교육을 처음 시작했죠. 그렇게 운명처럼 발도르프 교육에 연결되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발도르프 교육은 개별 학생을 고려한 ‘전인 교육'을 내세우고 있었다.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인 슈타이너는 학습에 의한 것을 기억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인지적 영역’에만 치우친 교육은 전인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체와 정신적 성장에 맞춘 의지, 감각, 사고의 조화로운 균형 발달에 참 교육이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우열을 나누지 않으며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요구를 중요시한다. 인지적, 도덕적, 실용적 재능의 발달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체(손과 발)를 이용하여 정신과의 협력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노작교육'이나 예술 교육 등이 교육 내용의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다. 또 예술 교육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적 자유를 획득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영유아기, 그중에서도 0~3세 시기를 강조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신체, 영혼, 정신이 통일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그 발달의 단계가 다르다. 이 시기에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신체적 발달이다. 이 시기의 발달이 생후 7년 동안 일어나는 모든 발달의 기초 즉 그 기간 배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의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에 보이는 것을 ‘모방’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러므로 좋은 ‘모방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따라 할 만한 물리적, 심리적, 도덕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이 시기에는 교사가 가르치며 주입하는 방식의 수업방식보다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스스로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0~3세 시기의 발달, 그것이 그릇이 되는 거죠. 앞으로의 발달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이때의 아이들은 끊임없이 모방하며 놀죠. 그렇게 아이들은 놀면서 성장해요. 몸과 마음이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이 시기에 잘 가르치면 타고난 장애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비약적인 발전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이 되고 학교가 설립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장애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생활하는 공동체 캠프힐까지 시스템이 되어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녀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유재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고 부럽기까지 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삶,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엄마로서의 김은경이 갑자기 커져 보인다. 서유재는 그동안 막연하게 움츠러들었던 자신의 삶이 부끄러웠다.     



"정말 특이했어요. 현재 우리 교육은 주입식 교육에 성적을 평가해서 아이들의 우열을 나누는데 여기서는 그게 없는 거예요. 교육에서부터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습에 의한 평가로 줄 세우며 서열을 정하는 것을 없앤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공백기인 육아기의 교육을 여기서는 가장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내가 어린이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시작되었어요. 내 아이는 늦었지만, '아직 기회가 있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의 억울함을 다른 아이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특히 우리는 내 아이 남의 아이를 따지면 저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모두 우리 아이라고 생각해야죠. 이건 발달장애라는 묶음의 사회적인 편견의 문제이기 때문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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