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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25.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작은 공동체        

      

         

정선 자연햇살 농원     


‘농자천하지대본야 (農者天下之大本也)’


‘청정 정선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초보 농부입니다.’      


블로그 첫머리의 올라있는 글이다. 모든 일을 근본에서 풀어가자는 뜻 이리라.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여 년 회원제 꾸러미 판매를 하는 정선 자연햇살 농원은 작은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출자해서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출자자 다섯 가족이 모두 발달장애 가족으로 발달장애 인터넷 카페에서 만났다.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보자는 취지에 의기투합한 그들은 그들만의 모임을 따로 만들어 귀농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었다.     

 

농원은 약 4,000평 정도의 규모로 초기 모였던 다섯 가족 중 먼저 상욱이네 가족이 귀농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다음에 우연히 농원을 방문했던 현봉이네 가족이 농원 공동체에 합류했다. 상욱이는 자폐 청년이고 현봉이는 다운증후군이었다. 둘은 형제처럼 지내고 일도 함께한다. 아직 귀농하지 못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서울에 남아 농원 홍보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와 지원을 하고 있다. 농원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되었고 그 뒤 재미있는 인연으로 양 목사 부부가 합류했다. 양종철 목사는 M 복지재단에서 필리핀 장애 선교를 하던 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귀국했다가 농원으로 합류했다고 한다. 상욱애비는 ‘캠프아라리’라는 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주장이 강한 관련 글들을 블로그에 올렸고 SNS에 캠프아라리 촌장 상욱애비로 꽤 알려져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안내받아 짐을 푸는 서유재의 머릿속은 블로그에서 본 농원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느라고 바빴다.  



             

식당은 세미나실과 카페를 겸하고 있단다. 꽤 넓은 공간에 여러 테이블이 놓여있고 한쪽 옆으로 작은 무대도 보인다. 식당 입구 옆으로 야외 바비큐장도 보인다. 서유재는 식당을 보며 예전에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보았던 카페를 떠올렸다.   

   

“여기는 우리 공동식당이에요. 여기서 세미나를 열기도 합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하고 손님들이 올 때는 오늘처럼 바비큐 파티도 하고 합니다. 가끔 음악회도 하구요. 다목적용이죠. 재미있는 것은 어떨 때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세미나 주제를 가지고 와서 서로 발표하다가 우리 촌장님을 불러내기도 하죠. 하하”      

현봉 아버지 유동진의 설명이 등 뒤에서 들린다.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양종철 목사와 유동진이 서 있었다. 유동진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 서유재와 김지우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갑자기 김지우가 유동진을 쳐다보며 불쑥 질문을 던진다.    

  

“저기 계속 생각해 왔던 질문인데요…. 해도 될지…?”     


“네, 그러세요. 뭐가 궁금하신지?”    

 

“제가 블로그의 내용을 거의 다 읽어 보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합류하시게 되었나요? 그건 안 나와 있어서….”   

  

“많이 궁금했나 봅니다. 보자마자 돌직구인 걸 보니 하하, 여기 오신 손님들은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서울의 모든 걸 버리고 여기 오기가 쉽지는 않았죠. 그런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지금 점심 준비가 한창이어서……. 이따가 말씀해 드리죠.”    

 

그때 상욱애비 강기성이 다가오며    

 

"어, 여기들 계시네. 모여있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네.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바비큐 준비가 다 됐대요. 남자분들 빨리 가서 고기 좀 굽지요?"     

 

"별 얘기 안 했어요. 촌장님 욕만 조금, 허허 자 다들 갑시다."     


양 목사가 먼저 몸을 일으키며 손짓을 한다.      

오랜만에 푸짐한 야외 바비큐 파티다. 김지우 가족도 아이들도 모두 신이 났다. 떠들고 놀면서 두어 시간을 먹는 데 집중했다. 야외가 주는 자유로움인지 아이들이 형들과 잘 어울린다. 어린이집에서와는 또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잠을 잔다. 낯설 텐데 편안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서유재는 항상 성인이 되어있는 선우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눈앞의 닥치는 일에만 신경을 썼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일까? 처음으로 선우가 이런 곳에서 형들과 같이 어울리며 일을 배우고 노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면 서유재도 행복할 것 같다. 블로그 속 행복한 사진들의 비밀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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