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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27.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          

      

      

자연 순환농법    

 

"이렇게 우리 방식의 농법으로 농사를 하면 단점으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 외에는 모든 게 다 장점이에요. 크게는 생태계를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고요, 거창하게 생태계까지 안 가도 건강하게 농사를 짓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것만 따져도 좋은 거죠. 


그런데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거, 이게 단점일까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왜 사람이 하면 더 좋은 일까지 기계에 맡겨서 사람의 일거리를 빼앗아 가는 걸까요? 그게 문제의 근본인 겁니다. 사람을 부리는 일보다 기계를 쓰는 일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의 관점은 다수의 일하는 자의 관점이 아니라 소수의 부리는 자의 시각에서 세상이 움직인다는 의미죠.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그 소수의 부리는 자들, 즉 기득권들이 사람을 생산수단의 도구로 생각해서 평가하는 기준이 노동생산력이라는 겁니다. 아주 기분 나쁜 기준이죠.     

 

    

미래 시대에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체하게 됩니다. 이제 과학의 전 분야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더 정확하고 정교하기 때문이죠. 인건비가 적게 들고 시스템만 갖춰 놓으면 편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부작용을 생각해 보셨어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일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이 없는 사람이 사는 방식일 겁니다. 일이 없어지면 뭘 먹고 살까요?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생각해 보셨어요? 가까이는 우리 아이들이고 멀리는 우리 후손들입니다. 편하고 좋은 건 몇몇 특권층의 사람들이고 인류의 대부분은 불행할 겁니다. 그래서 요즘 정치인들의 화두가 기본 소득제 아닙니까. 문제는 그렇게 소득만 일부 보장해 주면 되는 정도로 단순한 게 아닙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갑질 즉 인권의 문제인 거죠."    

     

가끔 인공지능 건강검진과 로봇 수술 방법을 소개하는 의료 박람회에 참석하며 서유재는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긴 했었다. 웃으며 '앞으로의 과학이 우리 의사들을 실직자로 만드는 게 시간문제래. 그래도 우리는 정신과라서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 같아’하는 정도였다.      



          

유동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사이 토마토 하우스가 보인다. 동진은 농원을 소개해야 하는데 샛길로 빠졌다고 웃는다.  

    

"여기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토마토를 재배할 때 우리 촌장님과 상욱이 둘이서 시작했대요. 하우스 안이 되게 덥거든요. 그런데 집까지 거리가 꽤 되잖아요. 처음 상욱이 일은 집에 가서 시원한 물과 간식거리를 가져오는 일이었어요. 당연히 그 일도 한 사람의 몫이긴 하죠. 그런데 토마토를 수확할 때 상욱이가 찬찬하게 하나씩 잘 골라내며 수확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물심부름을 우리 촌장님이 했대요. 서로 역할이 바뀐 거죠. 촌장님은 이 아이들에게 내게 없는 능력이 있구나. 우리가 이 아이들의 일을 빼앗아 역할을 없애 버린 거구나. 하는 걸 생각하게 됐고 그걸 상욱이로 계속 확인을 하신 겁니다.  

    

그다음에는 우리 가족이 이사 와서 현봉이도 합류해서 하게 됐고요. 이제는 촌장님뿐 아니라 우리 모두 확신하게 되었지요.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자폐증의 장점을 우리는 집중력이라 말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 집중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촌장님은 헛욕심이 없어서 그렇대요. 많이, 빨리, 쉽게 등등의 잡생각이 마음에서 빠지면 우리도 상욱이나 현봉이처럼 찬찬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욕심을 잠재우지 못하잖아요. 저도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아이들의 남다른 능력은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거죠."   


        

동진은 하하 웃으며 이건 순전히 우리 촌장님 생각이라고 한다. 순간 서유재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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