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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30.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          

     

       

사람이 필요한 마을   

  

"다시 농원 시스템으로 돌아가서, 그런데 우리 농원의 다품종 자연농 영농방식 그게 우리 촌장님의 노림수죠. 한 가지 작물만 심으면 기계로 파종하고 기계로 수확할 수 있는데 우리는 여러 작물이라 일일이 사람이 작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계도 안 쓰고 농약도 화학비료도 안 쓰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사람이 많이 필요하죠."

      

"그럼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나요?"     


"당연히 그렇죠. 그래서 마을 분들과 품앗이도 하는 겁니다. 재배 인건비가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지지만,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우리 회원이 되는 거죠.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수제품이 명품이라잖아요. 우리 농원의 생산물도 유기농 명품인 거죠."


          

유동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간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 뜻은 사람의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겁니다. 우리 현봉이와 상욱이와 같은 친구들도 이 농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죠. 만약에 자동화, 기계화로 농사한다면 아마 그럴 일이 없었겠죠. 있는 사람도 내보낼 판이니 하하.   

  

촌장님은 나중에 우리 회원이 많이 늘어 수요가 많아지면 그 농작물을 하나씩을 마을 분들에게 나눠줘서 함께 할 거랍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 전체가 농원이 되고 한 가구에 한두 품목씩 농사하는 거죠. 이 마을 자체가 자연스럽게 우리가 꿈꾸는 마을 공동체가 되는 거죠." 

    

     

마을 사람들과 품앗이할 때 현봉이와 상욱이가 제일 확실하게 일을 해요. 그렇게 같이 일을 하니까 사람들도 우리 아이들과 친해지고 또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여기 동네 반장이지만 나중에 마을 이장도 하라고들 해요. 등등 아이들 이야기할 때 유동진의 얼굴에 자부심이 보인다. 장애아이들의 부모가 자신들의 아이들 이야기할 때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다. 서유재는 동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마음도 덩달아 뿌듯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잡고 있던 김지우의 손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토마토와 과채류를 키우는 하우스를 지나자 깨끗이 정리된 퇴비장이 보인다. 기억 속의 시골 퇴비 냄새와 고소한 냄새가 섞인 듯한 냄새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저기는 퇴비 발효시키는 곳인데 매주 읍내에서 한약재 찌꺼기를 가져와요. 그거 하고 닭장에서 걷어낸 부산물, 그리고 왕겨 등을 섞고 고초균 등의 EM 즉 유용 미생물을 넣어 발효를 시킵니다. 저기서 나오는 것이면 충분한 거름이 되죠. 


초기에 여기 왔을 때 땅 만들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 아침 산으로 올라갔어요. 산에서 나무 이파리가 떨어져 퇴비화된 부엽토를 한 자루씩 걷어와 우리 땅에 넣었죠. 그걸 한 3년을 하니까 땅이 거므스러한 윤기가 흐르는 게 작물 수확이 잘 되더라구요. 


우리 촌장님 지론인데 유기 농사의 삼합은 기름진 땅, 좋은 물, 적당한 햇빛이래요. 우리 농원은 이 마을에서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이고 물은 지하수를 쓰는데 수질검사를 해보면 약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좋습니다. 땅만 잘 가꾸고 기름지게 만들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영양가 있는 땅으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겁니다. 지금은 토질이 너무 좋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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