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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06.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   

  

토종닭도 방사장을 만들어 천여 마리 키운단다. 고객들에게 유정란도 보내주고 일 년에 몇 번씩 닭도 잡아 보내준단다.   

  

"회원이 많으신가 봐요? 아까 고정 회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네, 그랬죠. 우리 농원은 년 회원제 고정고객제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고객을 모집하죠. 그래야 고객 맞춤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서 낭비도 줄이고 양질의 생산품을 고객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산물은 똑같이 찍어내는 공장 생산물과 다르잖아요. 그래서 약 150% 정도 생산을 하고 그중 우수상품만 고객에게 보내줍니다. 나머지 50%는 마을 분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복지기관에 기부도 하죠. 그래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고객에게 보내지 못한 물건을 선별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못난이 생산물은 말리거나 간장 지 또는 피클을 담는다. 닭의 사료로 쓰기도 하고 그래도 남는 것들은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그래서 농산물 쓰레기라고는 거의 나오지 않는단다. 이 농원에서는 이것을 순환이라고 한다.  

    

“고추 줄기나 토마토 줄기 같은 큰 부산물도 잘게 분쇄해서 닭똥과 유산균, 효모, 고초균, 광합성 세균 등의 EM을 섞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양질의 거름이 됩니다. 그래서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거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이런 농법을 '자연 순환농'이라고 합니다. 세상 만물의 순환 법칙대로 농사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들렸던 유동진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시에 살다가 왔잖아요. 사실 도시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사람의 수요는 너무 많잖아요.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얼마나 정직하고 건강하게 농산물을 키우는지만 증명이 되면,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그 잠재고객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원의 경우 생산이 부족해 고객을 더 늘리지 못해요. 수요는 많은데 생산능력이 부족한 경우죠. 농원의 회원이 되려고 1년씩 기다리는 대기 고객도 있답니다."


     

토종닭 방사장과 저장고, 작업장,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 관리함 등을 둘러보면서 유동진은 농원에 관해 설명한다. 김지우와 서유재 일행은 이들의 노력과 생각에 연신 감탄을 할 뿐이다. 고객이 있어야 농원이 유지되고 농원이 유지되어야 일거리가 있게 된다. 그래야만 공동체의 기반이 마련된다. 이런 철학이 농원 곳곳에 배어 있다. 또 작업의 단계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 누구나 쓰임새가 있도록 한다. 상욱이와 현봉이도 이 농원에서는 그들만의 자리가 있는 훌륭한 일꾼이다. 토종닭 방사장을 지나면서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를 과학적으로는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나오는 것과 썩어 버리는 알에 관해 설명한다. 생명이란 그런 가치가 있는 것이고 가능성이 있는 것이란다. 


          

잠깐이었던 거 같은데 두어 시간이 흘렀다. 마음은 잠깐이었지만 일행의 몸은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따가운 햇빛을 피해 아까의 카페로 갔다. 현봉 어머니가 시원한 매실차를 내온다.    

  

시원하고 달달한 매실차의 목 넘김이 상쾌하다. 그때 최연수가 유동진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저기 계속 생각해 왔던 질문인데요”    

 

동진이 이야기해 보라는 표정으로 최연수를 쳐다본다.     

 

“여기 농원에 합류하게 된 동기나 뭐 이런 거, 특별한 어떤 계기가 있나요?”     


김지우가 당황해서 최연수의 팔을 잡아당긴다.  

    

“왜 그래? 갑자기”    

 

“뭐가? 사람이 살던 환경을 바꾸기가 쉽지 않잖아. 우리도 참고로 하고 싶어서……. 다들 궁금하지 않아요?”     

유동진이 그들을 보며 웃는다.    

 

“아뇨, 괜찮습니다. 아까 질문하셨을 때 바로 대답해 드리지 못했죠. 뭐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대부분 그런 질문을 하세요. 간단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 살기 편한 쪽을 선택하잖아요. 바로 그거죠. 삶에서 무엇을 더 소중하게 느끼느냐? 어디서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좋을까 가 동기죠.”    

 

모두 유동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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