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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07.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           

        

      

유동진 이야기  

   

“저는 이 농원이 처음 방문할 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삶의 패턴을 전부를 바꾸는 건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내에게 말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죠. 농원에서 며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를 어떻게 설득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라고요. ‘나도 이런 데 와서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 소리를 듣고 그냥 왈칵 눈물이 났어요.”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났는지 유동진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며 표정이 가라앉았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단다. 현봉의 엄마 엄시내는 전형적인 도시 출신의 여자였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쌀 나무가 있는 줄 알았단다. 대학을 나와 중소 일간지의 인턴기자 때 회사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동진과 만나 3년쯤 연애 후 결혼하게 되었다. 부부는 첫아이인 현봉을 놓고 아이를 그만 갖기로 했다. 다운증후군에 대한 겁도 났지만, 현봉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었다. 둘은 아이를 바꾸든 세상을 바꾸든지 하겠다고 열심히 현봉의 교육에 매달렸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둘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 한계에 도달했을 때 우연히 농원을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서유재의 머릿속에 그들 부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연상이 된다.   

        

“그때 ‘우리가 아이들한테 너무 기대가 커요. 좋은 말로 기대지 아이에게는 너무 큰 부담인 겁니다. 기준이 다른 겁니다. 생각을 바꿔서 내 기준으로 보지 말고 아이가 기준이 되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우리 아이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모두가 편해질 텐데.’ 하는 촌장님 말씀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어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살고 있구나. 현봉이는 그냥 현봉인데 내가 현봉이한테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요구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교육도 잘못 방향을 잡았고 키우는 과정도 감정이 지배하고 있더라구요. 현봉이의 주변의 모든 환경이 현봉이한테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적으로 여기 상욱이는 너무 편안해 보이는 거예요. 현봉이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게다가 현봉이가 상욱이를 너무 좋아하고 따랐어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가슴이 아픈 거예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유동진은 말을 이어갔다. 

    

“나나 아내는 사람을 좋아해서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봉이가 태어나고 나서 친구들이 점차 없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어려워하고 자기들끼리 아이들 학교나 학원 이야기하다가 우리를 만나면 말을 뚝 끊어버리는 거예요. 물론 그들 나름의 배려는 이해가 되지만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별로더라고요. 자꾸 친구들을 만나지 않게 되고 피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민도 심각하게 생각해봤지요. 그러든 와중에 여기 농원을 오게 된 거죠. 보시다시피 여기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잖아요. 노동해서 먹고살고 우리 아이들도 일할 수 있고 사람대접받고 살고 있잖아요. 우리 현봉이가 저렇게 사는 모습을 보면 제가 도시에다 놓고 온 여러 가지가 하나도 아깝지가 않아요."

     

동진은 자기는 후회 없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에 만족한단다.  

    

"잘 왔지, 현봉이네는 구원받은 거여."

     

언제 왔는지 양종철 목사가 툭 끼어든다.    

  

"상욱이와 현봉이 어디서 이렇게 행복하고 자유롭겠어? 그리고 자네 가족 지금 몸은 좀 고돼도 마음은 편하잖아?"

     

"그러게요, 몸도 별로 힘들지 않아요. 노동의 신선함, 아니 신성함인가? 하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동진은 다시 특유의 명랑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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