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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08.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          

        

        

양 목사 이야기 

    

"목사님, 목사님도 이야기해 주시지요. 내 이야기만 말하지 마시고, 어디서 어떻게 방황하다가 여기에 오신 건지."     


동진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목사를 끌어당긴다.

잠깐 망설이던 양목사는 매실차를 시원하게 마신다.     

 

"음, 나도? 나도 자네와 비슷해."     


양목사는 선우맘 일행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장애인 직업 사례를 찾다가 우연히 여기를 방문했어요. 그리고 현봉이와 상욱이를 보게 됐어요. 이 청년들의 자유롭고 생기가 있는 모습들을 보고 신세계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처음부터 장애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 아이들에 대한 신의 뜻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목회 활동을 쭉 장애 선교를 해 왔었어요. 그런데 상욱이와 현봉이는 그동안 내가 봐왔고 도움을 줬던 장애아이들과는 너무 분위기가 다른 거예요. 나는 고기를 잡아주는 행위를 했는데 여기서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그동안 생각하던 장애에 관한 내 가치관이 완전히 무너진 느낌이었어요. 나는 내가 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주님이 내게 주신 소임이라 생각하고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내가 잘못 돌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었어요."

     

양목사는 그때 생각으로 열이 나는지 다시 차를 벌컥 인다.  

    

"과연 내가 하나님을 섬기면서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자인가? 아니면 장애인 팔아먹고 사는 사람인가? 계속 자문자답해 봤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열정도, 그렇다고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신통치 않으니, 이도 저도 아닌 주님과 장애를 팔아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듣기에 딱 좋은 상황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 나는 겉멋만 들어서 미전도 지역 장애 선교를 한다고 외치고 달려가면서 동료와 가족들에게 불안과 빚만 남기고 있었죠. 걱정해주는 그들에게 내 영혼이 성령에 충만하여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라고 담대하게 외치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이 초라하고 불쌍한 겁니다. 


밥도 먹지 않고 며칠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로 답을 구했죠. 같이 기도하던 아내가 그러더라구요. 이 농원에 주님의 답이 있고 주께서 우리를 농원으로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그 소리에 내가 정신이 번쩍 들었죠. 주님이 아내의 입을 통해 저에게 답을 주신 거였어요. 그렇게 와서 벌써 3년째네요."

 

    

짧게 잠깐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한 권의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양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동진이 말을 거든다.

      

"첨에 우리 촌장님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현봉이가 우리 가족에게 온 이유도 분명히 있다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첨엔 기분이 별로였어요. ‘인과’ 즉 마치 제가 나쁜 일을 한 결과로 그 죄업이 현봉이로 나타난 것이다.라는 의미로 들은 거죠.  

    

내가 이런 형편없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촌장님 말의 뜻은 그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가장 현봉이를 잘 키울 수 있어서 현봉이가 우리에게 왔다는 겁니다. 신의 뜻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봉이라는 동기부여가 저에게 뭔가 생각하게 했다는 겁니다. 현봉이가 없었더라면 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아마 제 성격상 매일 술이나 먹고 그냥 생각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부화뇌동하며 인생을 보냈을 거예요. 여기 살면서 현봉이는 신의 뜻이라는 촌장님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어요."

     

또 양목사가 신의 영역은 자기가 전공이라는 듯 웃으며 툭 끼어든다.  

    

"여기 촌장 양반은 가끔씩 신을 팔아요. 그러면서 신은 믿는데 종교는 못 믿는다는 거예요. 자기는 종교가 마치 편 가르기를 해서 세력을 쌓기 위한 거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신은 하난데 누구는 뒷모습을 믿고 누구는 앞모습을 믿고 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우고 있다는 겁니다. 맞는 말 같긴 하지만 괴변이죠. 그렇지만 신을 믿는다니까 그리고 하는 행동이 주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하지는 않으니까 언젠가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올 거로 생각하죠."

     

김지우가 서유재의 소매를 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애들이 깨서 엄마를 찾는대. 그만 애들한테 가 봐야겠어.”    

 

“그래, 나도 애들이 깨지 않았나 불안했어.”  

   

“벌써 또 배가 고프네. 점심을 고기로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그렇나?”   

  

최연수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거리며 말한다. 여기 농원에 와서는 모두 표정들이 좋아 보인다. 맑은 공기 탓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의 휴식 같은 여행이라 그렇겠다. 그동안 다녔던 외식이나 콘도에서는 왠지 모르게 주눅도 들고 주변의 눈치도 보였었는데 여기서는 마음이 편하다. 식당 근처로 오니 구수한 찌개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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