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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17.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잡초도 장애도 모두 사람이 만든 거라고 

    

잠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 속에서 탄성을 지르던 일행은 자연스럽게 모두 강기성의 옆으로 모여들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제 몫이 있는 겁니다. 그게 자연의 법칙 같아요. 여기 와서 농사를 지어보니 자연에는 잡초란 없더라고요. 자연은 모든 생명체에게 역할과 가치를 줬는데 사람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잡초라 구분해 버린 겁니다. 

     

사실 여기 마을 사람들은 화전민 출신들이죠. 강원도에서 농사짓는 주민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화전민의 농사법은 산 일부분을 불태워 정리하고 거기다 농사를 짓는 겁니다. 지금은 개간해서 밭으로 만들었지만. 산을 다듬어 밭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농사의 최대 적으로 칡과 산딸기를 쳐요.   

   

칡은 갈근이라고 한약재의 재료로 유명하죠. 산딸기는 또 얼마나 달고 맛있습니까? 그런데 밭에서 나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번식하거든요. 그래서 작물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어요. 그러니 제초제를 퍼부어 그것들을 잡아버립니다. 사람들은 거치적거린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제거해버리죠."   


  

강기성은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본다. 

     

"우리 아이들 저기 빛나는 큰 별 사이에서 잘 보이지 않는 별 같지 않아요? 큰 별들, 사실 큰 별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까운 별이지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멀어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별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 보이지 않는 별을 보려면 다른 방법을 연구해야죠. 천체 망원경을 더 멀리 볼 수 있게 개발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가까이 가면 볼 수가 있잖아요. 우리 아이들 능력도 찾을 방법이 뭔가 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칡이 갈근이 아니었잖아요. 중국 고대의 전설에 염제 신농씨가 일일이 먹어보고, 약초인지 독초인지 알아냈다잖아요. 뭐 신농씨 혼자만 그랬겠어요?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오늘의 의학이 만들어진 거죠."    

 

강기성은 우리 아이들을 별에 비유하고 반딧불이에 비유한다. 또 잡초라는 오명을 쓴 약초에 비유한다. 빛을 발하지만, 멀어서 보이지 않는 거다. 자신의 힘으로 빛을 낼 수 있지만 밝은 인공조명에 가려 보이지 않고, 쓸모를 몰라서 격리되는 삶. 강기성의 목소리와 그의 말투에 밤공기의 서늘함과 애잔함이 스며든다.   

   

"잡초도 장애도 모두 사람들이 만든 거죠."

     

이런 이야기를 막걸리 없이 하니까 심심한데 하며 최연수가 막걸리 몇 병을 들고 왔다. 자연스럽게 술상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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