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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18.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아무리 뛰어나도 발달장애야 

    

“사실 난 상욱이를 만나고 자폐를 알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발달장애 이야기를 거의 들은 적이 없어요. 들었어도 그냥 남의 이야기거니 생각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평소에 그냥 바보, 병신 등의 장애를 뜻하는 사회적 비속어를 의미도 모르고 쓰며 살았어요. 사업을 하면서도 사람을 능력으로만 평가했고 결과로 인사고과를 했지, 인간성이 좋다 뭐 이런 거는 생각도 하지 못했죠. 그냥 잘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결과를 좋게 만들기 위해 양심도 적당히 무시하고 살았습니다. 그냥 잘살겠다는 생각으로 잘 사는 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상욱이가 자폐라는 거예요. 애가 평소에 말이 없고 조금 고집스럽긴 했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별문제 없었거든요. ‘자폐’라는 뜻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왜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걸어 잠갔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는 소통이 안 된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원인이 내 아이일까? 아직 세상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왜 그러겠어요? 난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 거지. 아이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건데 우리가 이해를 못 하니까 그냥 자폐 즉 스스로 문을 닫아버렸다.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죠. 

          

어찌 됐든 난 상욱이가 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참여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동료와 친구가 생기고 선배와 후배 그리고 가족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전이 한참인 시리아에서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 아빠가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치과대에 다니는 그의 아들이 유튜브에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소개해서 알려지게 되었죠. 그는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 그의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를 치과대학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그를 성실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직장 내에서 동료도 있고 친구도 있다고 합니다. 그냥 그는 성실한 보통 사람 가장인데 발달장애라는 수식어가 꼭 붙더군요.  

    

2008년에 개최된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홍보대사에 ‘주주’라는 이름의 천재 청년 지휘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도 다운증후군 청년이랍니다. 그는 미국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등 대도시들을 방문해 공연 지휘를 했고, 미국이 자랑하는 음악의 전당 카네기홀에서 미국의 10대 오케스트라인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천재 지휘자라고 세계가 찬사를 보냈습니다.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맞는 이야길까요? 내가 다운증후군을 먼저 예로 드는 이유는 다운증후군은 선천적인 중증 발달장애이기 때문입니다.   

       

자폐로는 아시겠지만 템플 그랜딘이라는 동물학 박사가 있습니다. 가축의 권리 보호에 대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자의 한 명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소의 절반은 그랜딘이 설계한 시설에서 처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알려진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들이 그럴 수 있다면 우리 상욱이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비장애인보다 더 뛰어난 사회적 공헌을 했는데도, 그들은 발달장애인입니다.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때 발달장애의 정의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라는 건 삶의 과정과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초기 조건을 보고 미리 정하는 주홍글씨 같은 거구나. 획일화된 교육과정과 맞지 않으면 그냥 선별 도장을 찍어버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걸 ‘그러지 마라.’라고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생각해 보았지요. 우리 아이가 뭘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구와 동료가 생길 수 있을까? 이 생각에서 ‘뭘 어떻게 하면’이 모순인 거죠. 문제를 내 아이에게서 찾으려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사회가 이 사회의 일원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발달장애라는 주홍글씨를 낙인찍어 놨는데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때 내 마음속에서 어떤 소리가 울리더라고요.

      

‘바보야, 아이가 무슨 잘못이야? 장애는 아이가 만든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든 거야. 그러니까 바꾸려면 사회를 바꿔야 해!’ "


밤의 고요 속에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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