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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Dec 28.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인식의 문제   

  

그런 쿠바의 경우를 보고 결국 모든 건 인식의 문제라는 걸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돈의 유무가 아니라 어떤 대상으로 설정하는지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든 거죠. 제도고 문화고 정책이고는 모두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걸 만들 때 그 대상에 대한 방향을 세울 때 돌봐줘야 할 대상인지 자립을 해야 할 대상인지 등을 목적으로 설계를 하잖아요. 그건 제도를 설계할 때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설정하느냐는 거죠.  


   

병아리 조각상이 있습니다. 조각인 거죠. 그런데 그걸 인식 못 하는 어린아이가 먹이를 줍니다. 그러자 그걸 아는 엄마가 그건 줘도 못 먹어. 하면서 가르칩니다. 이런 거죠. 날아다니던 새가 날개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새를 고양이는 냉큼 잡아먹어 버립니다. 먹이로 인식한 거죠. 그런데 이 새를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는 어떤 소녀는 새에게 먹이를 주고 치료해서 날려 보냅니다. 이런 차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장애니 뭐니를 보기 이전에 같은 인간으로 본다면 이들의 여러 열악한 조건을 보살펴 주겠죠. 불쌍한 존재로 인식한다면 보호에 신경 쓰겠지요. 그런데 인권이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보호하되 자신의 인권을 알게 하고 주장하게 가르치겠죠. 우리 정글북이란 책을 읽었잖아요. 거기에 정글에서 자란 늑대소년을 어떻게 하죠? 문명사회로 데리고 와서 글과 말을 가르치고 교육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가르치고 인간의 사회에 살 수 있게 노력하죠. 그런데 분명 인간인데 장애아이들은 어떻게 하죠? 사실 형식은 다 갖춰있어요. 특수교육도 있고 보호 시스템도 되어있고.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비용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들도 많이 책정되고 있고요. 그래서 시장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어떤 관점일까요? 혹시 눈 감고 코끼리 만지듯 하는 건 아닐까요? 장애인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그에 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만약에 사람을 생산에 쓰는 자원으로 인식하는 로봇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장애인들이 쓸모없는 자원이라고 모두 제거해 없었겠죠. 로봇이 아니라 실제 그런 나라들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북유럽의 일부 나라에서는 지금도 공공연하게 다운증후군 낙태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부모에게 권장합니다. 실제로 낙태율이 아마 90%가 넘을 겁니다. 이건 사회가 다운증후군을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인 거죠. 

     

덴마크는 태아가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면 98%가 낙태를 하고 미국은 태아가 유전적 장애가 있다고 판정이 되면 67% 이상의 산모가 낙태를 선택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다운증후군 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나면 대부분 산모가 낙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나라들이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거는 첫 번째 배 속에 있는 생명체는 아직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는 거고, 두 번째 장애인은 사회든 부모에게든 모두의 부담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담스럽지만 내 아이로 인정받은 아이만 태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고 태어나면 그때부터는 복지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거죠.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왜 모두의 부담으로 인식하느냐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복지 예산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데 문제는 모두 확대 재생산이 아니라 소모성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이들의 잠재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고 예산을 책정하는 제도 기획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모두 이들과 이들의 가족을 표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민주주의의 문제고 자본주의 복지 선진국의 문제입니다.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거죠. 


         

만약 이런 부분을 많은 가족이 인식한다면 민주주의의 무기인 표로 이들을 조종할 수 있다면 제도와 문화가 바뀌지 않을까요? 만약 사회가 좀 더 넓은 포용성을 가지자고 합의한다면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당사자 부모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 당사자인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을 지금과 다른 관점에서 하고 교육소비자들이 모여 교육 생산자와 실행자들에게 요구해서 정확한 눈높이 교육을 실행하는 교육시장을 만든다면, 당사자들이 자신의 인권에 눈을 뜨고 자신의 권리를 가족과 함께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사실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이라서 달리 취급받았고 피부색이 달라서 또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오랜 투쟁으로 인권이 살아나고 이젠 사회의 구성원으로도 정치인으로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표권도 없던 사람들이 이제 미국의 대통령도 하고 독일의 수상도 합니다. 이렇게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나아가는 거죠. 

  

            

부럽지만 외국의 경우 지금 몇몇 다운증후군 정치인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 지방의회 의원 스테판 그린, 페루 석사 학위 소유자며 정치가 브라이언 러셀, 스페인 발라돌리드 시의회 의원 안젤라 바킬라 등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 신세대 유투버들도 있지요. 다운증후군 여성이 파나마를 대표하는 250명의 긍정적 영향의 인물로 선정되어 ‘파나마의 얼굴’이란 책에 실린 마조라는 젊은 여성이 있습니다. 연극배우이기도 하고, 유명 유투버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나를 한계 하지 마!’라고 외치는 메간 봄가르스라는 미국의 다운증후군 여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명합니다. 패션모델이자 스포츠우먼이며 기업가입니다. 그리고 인기 있는 대중 연설가이기도 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인식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파한 “Don't Limit Me!”란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선천성 중증 발달장애인인 다운증후군에게도 기회를 주면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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