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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Mar 20. 2022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별이 빛나는 밤          

       

           

변해가는 세상    

 

“몇 년 전에 장애인을 다룬 미국의 한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라는 이 다큐멘터리는 장애를 극복하거나 장애로 인한 힘든 삶을 이야기하던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독립된 삶과 사랑 직업 등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조명했습니다.     

 

그 다큐의 내용은 보험 회사에 다니는 젊은 여성의 사랑 이야기, 독립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청년, 음악과 춤 글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레퍼, 남편과의 관계에 고민하는 스페인 여인, 호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소녀의 삶 등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화제가 된 이유는 그 젊은 청년들이 모두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입니다.  

         

이 다큐에서는 이들의 삶을 장애라는 주제보다는 독립과 관계, 소통, 사랑이라는 현대 젊은이의 공통적인 고민을 화두로 삼은 겁니다. 정말 대단한 관점의 변화죠. 장애는 개개인의 조건이고 그런 조건의 사람이 사회문화의 변화 속에서 번민하는 거죠. 사실 그동안 장애에 가려서 삶에 관한 실질적인 그런 주제들이 무시되었던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품성에서도 사회적 이슈에서도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기획사는 다음 후속작으로 2021년에 장애가 있는 4명의 기업가의 삶을 기록하는 다큐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성공한 장애인 기업가들을 다룬 ‘Born for Business’라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척수성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루푸스병을 앓고 있는 패셔니스타로 플러스 사이즈 부티크를 오픈한 여성 사업가.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Collettey's Cookies라는 성공적인 쿠키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다운증후군 제빵사. 심각한 불안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의 패션 매장을 확장해 나가는 밀레니엄 기업가. 등 재능 있는 4명의 다양한 장애인 기업가가 등장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들은 장애를 주제로 하지 않고 다양한 고난을 극복하고 창업하며 성취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런 시점의 전환은 장애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장애는 그 사람의 다양한 조건 중 하나인 것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장애인의 삶을 살아가는 힘든 가족들의 이야기나 장애라는 사회적 편견과 물리적 조건을 이겨내는 감동을 주로 다뤘다면, 이제는 장애라는 편견을 문제시하지 않고 자기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성공한 인생을 다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장애에 관한 인식이 달라졌고 사회적 화두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세상은 절대 정체되어 있지 않습니다.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바뀌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화두로 사회의 인식 변화에 선한 영향을 끼치느냐가 문제인 겁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는 활발한 인식 변화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아직 돌봄 문제나 시설 문제 등에 매달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잖아요. 민주화운동하듯이 투쟁하면서. 지금처럼 대중 정치 시대는 인식이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겁니다. 우리가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진짜 부러워해야 할 것은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문화 시스템입니다.  

    

이제 사회의 시각에서 장애를 보지 말고 장애의 시각에서 사회를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우리 아이의 조건으로 잘살기 위해서는 그 주변이 어떤 문화로 형성되어야 하는가? 우리 아이의 이런 특색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문화의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첨병에 우리가 있어야 하는 거고요.        

  

저는 대안과 실행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비판만으로는 탁상공론이 될 확률이 높거든요. 몇 번의 공동체를 위한 모임을 만들어 봤는데 그냥 비판만 하다가 흥분하고 술 먹고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그래서 내용 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질색해요. 지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겠다는 대안을 얘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어요. 사회적 논의를 비판보다는 대안으로 방향을 세워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저라도 실행해서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지 않겠는가? 하고 농원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다음에 시작하는 사람은 이제 여기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설사 제가 틀렸더라도 나와 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 테니까.”    


      

강기성은 긴 이야기를 거의 숨 돌릴 틈도 없이 한다. 잠깐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본다. 그의 넓은 어깨에 외로움이 묻어있다. 서유재 김지우 국영 연수에게도 그 외로움이 전파된다. 뭔가 위로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잠시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서유재 일행을 쳐다보는 강기성의 눈은 다시 따뜻하게 빛난다.     

     


“지금 여러분은 육아 품앗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아이를 위해 특수어린이집을 만드셨고 거기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육아 품앗이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육아 공동체의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다음은요? 아이의 성장 과정과 여러분의 필요함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그걸 직접 생각하고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면 또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그렇게 교육공동체도 또 시작될 거고 그 힘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주인은 여러분들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육아 공동체는 정말 희망적인 시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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