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욱님의 도전은 ‘한계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우영우는 판타지지만 이분은 현실이네. 장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네요.❜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초 아닌가요? 대단합니다.❜
↳ 세계 최초는 아닌 거 같고 아시아 최초는 맞는 거 같습니다.
- UGIOGI 유튜브와 sns에 달린 댓글들
편견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그래서 편견은 차별이라는 폭력을 낳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의 시대. 사람보다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장애란 효율과 안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거대한 편견의 감옥에 갇히고 만다.
2022년 NPCA 보디빌딩 대회 도전을 마치고 난 뒤 어느날
상욱이의 도전 영상을 촬영하고 만들어 주었던 K감독이 흥분한 표정으로 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아버님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나는 누구보다 상욱이 본인이 힘들었을 거고, 그걸 참고 잘 해냈다고 했지만 그는 ‘아버님 아무리 그래도 상욱이 혼자서는 못 했을 것 아닙니까’ 한다.
축하의 말을 들으며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우리도 애쓰긴 했지만, 어찌 본인에 비하랴?
상욱이의 도전을 구상하면서 유튜브도 함께 계획했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도전의 과정을 알리고 싶었고, 그 도전에 많은 후배들이 영감을 받기를 원했다. 후배 부모들이 자기 아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희망을 품기를 바랐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 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영상에 조금의 지식도 없었던 우리는 수소문 끝에 K감독을 소개받았고, 그는 우리 가족 보디프로필 과정을 무료로 촬영해 주었다. 거기에 감동한 우리는 K감독의 회사와 1년 동안 보디빌딩 대회 도전기와 상욱이의 일상을 촬영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K감독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열정적이었고, 나름 장애인 관련 영상을 많이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상욱이의 도전을 주변의 노력과 포용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런 K감독과 나는 끊임없이 갈등했다. 나는 상욱이의 땀과 노력을 잘 조명해 주기를 원했지만 ‘아버님 아무리 그래도 상욱이 혼자서는 못 했을 것 아닙니까?’라는 이야기는 그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아무리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는 주변에다가 관심을 두었다. 본인보다 가족을, 헬스장의 코치를 조명하려 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려면 몇 년을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고 대회 몇 달 전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그동안 만들어온 몸의 근육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체지방을 커팅하고 수분을 줄여 피부를 얇게 하는 과정이다. 무조건 다이어트를 하면 만들었던 근육도 빠지기 때문에 단백질 위주의 먹거리를 조금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 포기하는 사람은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한다.
상욱이의 경우 이번 도전은 그런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지를 불안해하면서 한 도전이었다. 상욱이는 약 2년간 꾸준히 웨이트를 했다. 그러나 어떤 일에나 그렇듯이 그렇게 순탄하지 못했다.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나는 그만 포기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그동안의 도전 과정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만둘 핑곗거리만 찾고 있었다. ‘도전보다는 건강이 최우선이다.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 두 번 다시 다이어트도 하기 싫고, 헬스장도 가기 싫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번 도전을 안 하니 만 못하다.’라고 포기하자고 했었다. 그렇게 포기하나 싶었는데 상욱이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에이, 하기로 한 거는 해야지. 끝까지 할 거야. 지금까지 고생했는데’
열이 40도가 넘나드는 와중에도 다이어트는 계속되었다. 한 달을 쉬고 다시 잡힌 도전 일정은 10월 2일 ‘NPCA 보디빌딩 대회’였다. 그 힘든 식단도 몇 개월 더 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며칠 앞두고는 어지러워서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좀 쉬겠다고 했지, 그만두자고는 안 했다. 우리 가족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본인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K 감독은 그런 상욱이의 의지와 열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거 같았다. 왜 상욱이의 노력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오히려 지적이나 육체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한 그 노력은 더 가치가 있는 것일 텐데 왜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 공을 옆의 조력자에게 돌려버리는 것일까? 그의 억지스러운 편견에 실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상욱이의 장애만을 보는 거 같았다.
대회 당일
수군거림과 낯선 시선을 마주한 상욱이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보란 듯이 즐겼다. 무대 위에 오른 상욱이의 앙다문 입과 부릅뜬 눈은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
관객들은 그런 상욱이에게 매료되었고,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그래 상욱아, 남의 편견일랑 보지 말고 너 자신의 도전에 만족하자.
이렇게 도전해 나가다 보면
네 후배들의 한계가 무너지고 언젠가는 사람들 그어 놓은 선도 흐려질 것이다.
그게 네 도전의 의미고 가치다.
2024년 에세이스트 연간 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