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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연필 Dec 06. 2021

NH콕뱅크와 숫자

샐러리맨으로 산다는 것

샐러리맨 : 봉급에 의지하여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누르고 NH콕뱅크를 열어본다. 열린 페이지 나타난 여러 가지 숫자들을 통해, 나는 매달 이 사회에서 측정된 나의 가치를 마주한다.


숫자에는 얼굴과 표정이 없으므로 숫자는 주인이 어떻게 일하며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책임도 없다. 주인이 꺼내어 말할 수도 없는 이유로 점심밥을 거르든, 동료에게 부탁을 해야 겨우 화장실에 갈 짬이 나는 상황이든 그것은 숫자에게 아무 관심도, 고려 대상도 아니. 언제나 숫자는 담담하고 냉정하게 잴 것을 재고 뺄 것을 빼왔을 뿐이다.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나 역시 숫자들주인이 아니다. 나의 NH콕뱅크는 그가 스쳐 지나가며 남긴 흔적의 역사일 뿐이다. 숫자들은 마치 나타났다 가고 어느새 사라지는 휘발된 암호 편지 같았다.

'아, 숫자가 왔었구나. 아, 숫자가 제 갈 길로 갔구나.'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숫자의 발자국. 그 흔적으로 나는 이 사회에서의 내 자리를 더듬거리며 찾는다.


스치는 숫자조차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들과 황당무계할 정도의 정착한 숫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소문은 숫자에 대한 의심을 게 한다. 이 숫자가 정말 다인지, 이 숫자의 의미와 정당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해결할 수 없는 생각의 꼬투리일 뿐임깨닫는다. 짙은 욕망으로 정착한 숫자들은 다시 가벼이 스치는 삶으로 회귀하고 싶지 않으며, 내 숫자에 비해 지나치게 큰 고민은 결국 내 숫자를 작게 만들 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밤에도 숫자는 NH콕뱅크에 스치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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