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유는 있다
이유: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
구실이나 변명.
아주 오래전 한 소녀가 살았단다. 그 소녀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금은방 주인이었어. 루비, 사파이어 같은 화려한 보석들과 번쩍이는 금덩어리가 금고에 가득한 부잣집이었지. 한 마디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이었단 거야. 소녀는 다정한 아버지가 사다주신 프릴 달린 원피스와 에나멜 구두를 신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랐지.
온 동네 사람들이 그 집을 부러워한 건 부잣집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어. 소녀는 동네 아이들 중 누구보다도 영특했는데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게다가 그렇게 상냥했다는구나.
귀티 나게 품위 있고 착한 소녀.
그래, 그 아이가 바로 금은방집 외동 딸내미였던 거야.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소녀는 숙녀로 자랐지. 숙녀가 된 소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어. 게다가 반짝이는 재능들로 그녀의 삶은 빛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신비로운 사랑이 시작됐지.
숙녀는 그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도 숙녀를 사랑했지. 당연한 수순처럼 둘은 곧 결혼을 했어. 하지만 숙녀의 아버지는 걱정이 됐단다. 사업을 하느라 늘 바쁜 그가 숙녀를 외롭게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지. 하나밖에 없는 딸이니까 아마 어떤 아버지라도 그랬을 거야. 하지만 숙녀는 아버지의 걱정을 뒤로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그와의 사랑을 증명하고자 했어.
슬픔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냐는 노래 가사처럼, 아버지의 염려대로 어느새 그는 조금씩, 아주 많이 바빠졌어. 숙녀와의 사랑은 모두 잊은 것처럼 완전히 딴 사람이 되고 말았지.
숙녀는 그와 그녀를 꼭 닮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금은방의 보석으로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순 없었단다. 그는 결국 떠나고 말았어. 주머니에 숙녀 아버지의 보석을 가득 넣고 말이야. 그는 낯선 얼굴의 또 다른 숙녀와 손을 꼭 잡고 떠나고 말았던 거야.
그날 밤 숙녀는 마녀가 되기로 결심했어.
그토록 별처럼 반짝이던 그녀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