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본격적으로 시작된 발리살이

발리에서 만난 <집에 대한 이야기>

by JEN

발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2시간쯤 떨어진 곳에 ‘길리’라는 섬이 있다. 길리섬은 총 세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가 있다. 그중에 내가 살고 일하던 곳은 길리 트랑왕안 섬이다. 이 섬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이며,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24시간 불야성의 파티 섬으로 유명하다. 길리 트라왕안은 세 섬 중 가장 큰 섬이지만 그렇다 해도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자전거로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이런 곳에서 3개월 이상을 갇혀 있었으니 좀이 쑤실 수밖에! 봉쇄가 끝나고 함께 길리에서 지내던 다이빙 샵 식구들 모두는 발리로 향했다. 물론 아직 펜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발리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방 3개짜리, 이 층 빌라를 한달 간 빌렸다. 빌라 입구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티크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대문이 있었다. 발리 전통 문양들이 정교하게 새겨진, 고풍스러운 이 대문은 마치 한옥의 대문처럼 양쪽 문을 바깥쪽으로 밀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놋쇠로 만들어진 묵직한 문고리는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기대처럼 들어가자마자 신비롭고 푸릇한 기운이 정원에 그득했다. 빌라 옆으로 작은 강이 흘렀고 빌라 외벽은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주변에는 망고나무, 바나나 나무, 몬테그라스 등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마치 비밀의 화원 트로피컬 버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초록이 지천이어서 그런지 작은 정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열대 식물 사이로는 수영장이 보였는데 매끈한 회색 타일과 주변의 녹색이 참으로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빌라에 들어가니 널찍한 폴딩 창문을 통해 방금 지나온 정원과 수영장이 보였다. 창문 위로는 리콴유 커튼이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동시에 부드러운 자연광이 온 집안에 스며들며 따스한 햇볕이 공간을 은은하게 채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집이 아주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천장이 높아 공간이 탁 트여 보였고 천장 위로는 목재들이 드러나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 집은 콘크리트와 빈티지 목재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견고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친 느낌의 바닥 타일과 라탄 소품들, 그리고 티크 나무 가구, 게다가 방의 모든 문이 발리의 전통 문양이 새겨진 미닫이문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멋을 더해주었다. 더할 나위 없이 발리스러운 빌라였다. 이렇게 한국인 3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의 발리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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