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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Aug 24. 2016

절벽 끝에서 만난 자연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거니슨 블랙 캐니언 국립공원 편


프롤로그


길이 있다.

누군가 밟고 지나갔던 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

그 길은 안전했고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 길을 벗어나면 엄청난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았기에

그 누구도 길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 또한 단 한 번도 그 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내가 거니슨 블랙 캐니언 자연에 닿았을 때

길을 벗어나

용기 내어 조심스럽게

한발 내딛었을 때


그 누구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아름다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비어 있던 거니슨 블랙 캐니언


미국 콜로라도 주

아름답고도 위엄 있는 협곡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거니슨 블랙 캐니언 국립공원 : Black Canyon of the Gunnison National Park

3월 초 나는 거니슨 블랙 캐니언을 찾았다.


거니슨 블랙 캐니언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적했다.

공원의 입구까지 꽤 오랜 시간 구불구불한 오르막 산길을 오르는 동안

길을 지나가는 차는 2-3대뿐이었기에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거니슨 블랙 캐니언으로 향하는 길은 텅 비어 있었다.



공원 입구에 도착하기 직전 나의 눈 앞에 놀라운 풍경이 나타났다.

눈 앞에 세상을 딱 반으로 갈라

위에는 파란 하늘이

아래에는 눈 덮인 거대한 협곡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 바로 직전 만난 협곡의 놀랍고도 위엄 있고 모습에

 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공원 입구 안내소에 도착했을 때 안내소에 주차된 차들은 내차를 포함해 2대뿐이었다.


"설마... 문을 닫은 것인가?"


제발 문이 열려있기를 바라며 나는 차에서 내려 안내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소는 크지 않았지만 깔끔했고 고요했다.

이 곳에 사람이라고는 안내소 직원 2명뿐이었고 나는 안내소 직원에게 다가가 조심 스래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공원 문이 닫혀있나요?"

"죄송합니다. 현제 공원은 거의 문이 닫힌 상태예요.."


거니슨 블랙 캐니언 국립공원은 겨울부터 봄까지 추운 날씨로 인해 거의 모든 시설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워낙 높은 고지에 위치한 공원이라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이고 내부로 들어가는 산길은 미끌 거리고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큰 실망감이 들기는 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공원 직원은 운전이 아닌 걸어서 안내소 주변의 트레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운전을 할 수는 없지만 걸어서 거니슨 블랙 캐니언의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거니슨 블랙 캐니언의 자연 땅을 밟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야기

절벽 끝에 서다


"뽀드득뽀드득"

트레일을 걷기 시작하면서 걷는 길 위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었고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눈 밟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원 직원들이 미리 사람들이 걷기 편하도록 길 위 눈을 어느 정도 탄탄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길 옆으로 살짝 발을 내디디면 허벅지까지 눈이 들어간다.



조금씩 길을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찔한 협곡이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으며 길 끝에 닿았을 때 눈 앞에는

거대한 협곡의 자연 풍경이 나타났다.



저 멀리 협곡 사이에서 강한 강물이 흘르고 있었고 그 앞으로 나무들이 촘촘히 나 숲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길을 끝나 있었고 나는 그 길 끝에서 왠지 모를 부족함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는 길 옆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있는 것을 보았고

몇 초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신발끈을 묵고 있었다.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졌다고 할까?


나는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앞으로 굽혀 손과 발로 바위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고

한 빰 한 빰 움직일 때마다 돌을 두드려보며 조심스럽게 바위 끝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절벽 끝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너무나도 위험한 이 행동을 글로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내 앞에는 자연의 끌림이 있었다.


절대로 이런 위험한 행동을 선동하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때의 내가 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보기에 잘못된 행동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산을 오르고 절벽을 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원초적인 행동인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하는 행동에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자연의 문을 정중히 두드리면

자연은 절대 나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나에게 놀라운 경험과 느낌을 선물해 준다는 것이다.


절벽 위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자연을 경험하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정중히 자연과 마주할 때..



거니슨 블랙 캐니언 절벽 끝에 섰을 때...

말로 설명 못할 느낌이 나의 온몸에 느껴졌다.


올라오기 전까지는 심장이 쿵쾅거렸던 게

어느 순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던 게

어느 순간 그 어느 때보다 평안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쉴 때마다..

정신이 맑아지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난 자연을 보고 느끼고 싶었고 내가 자연을 품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자연을 품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위엄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난 자연을 짋어 질려 노력했지만 그 순간마다 자연은 너무나 쉽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거니슨 블랙 캐니언에서 정중히 자연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고

자연의 허락하에 절벽 끝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자연은 나에게 자신을 허락해주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과 온유함을 전달해 주기 시작했다.



자연이 나를 품었고.. 나는 자연을 안았다.


거니슨 블랙 캐니언의 자연 속에서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다음 자연으로 향한다.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거니슨 블랙 캐니언 국립공원 편

-끝-

다음 편에서 계속..





다음 편은

놀라운 만남이 일어난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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