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어렸을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썼던 일기를 기억한다.
오늘은 무엇을 했고
뭐가 재미있었고
어떤 일들이 있어났는지...
지금 그 일기는 사라졌지만
그 일기를 썼다는 기억은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수북하게 쌓인 눈 위에 내가 내디딘 발걸음으로 남겨진 발자국은
분명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 머리와 가슴속에 자리하는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 볼까 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50일의 자연 여행 26일 차
전날 캘리포니아 주를 나와 지금은 오리곤 주에 자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와는 확연히 달른 오리곤 주의 날씨는 겨울이었다.
크레이터 레이크로 향하는 길 옆으로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공원 안으로 입장하자 눈은 내 키를 훨씬 넘는 높이로 길 양 옆으로 쌓여있었다.
공원 안내소에 도착하니 2층 높이의 안내소 건물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내소에 들려 공원 지도를 받고 나오다가 런던에서 왔다는 두 남자 친구를 만났다.
캐나다에서부터 이 곳까지 여행하고 있다는 두 친구의 모습이 어찌나 늠름해 보이던지..
나는 그들에게 사진을 한 장 담아주고 우리는 해어졌다.
내가 크레이터 레이크를 방문한 시기는 공원 시설 대부분이 안정상의 문제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열린 장소는 림 빌리지라는 장소뿐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관광이 아닌 여행을 선택한 나이기에 더 이상 시설 상황은 어떤 흥감도 주지 못하게 되었다.
림 빌리지에 모습은 장관이었다.
거대하게 쌓인 눈을 밝고 눈 언덕을 올라 만나게 된 크레이터 레이크의 모습은 놀라웠다.
마치 작은 바다를 산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고지에 바람은 볼에 닿을 때마다 살을 베는 것처럼 차가웠지만 공기에 시원함과 상쾌함이 있었다.
대략 1천만 년 전 화산 폭발 후 분화구에 물이 고이면서 마뎌진 호수.
신비로운 점은 호수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지도 않고 또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 다른 물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 호수는 겨울철에도 얼어붙지 않는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나는 크레이터 레이크를 빠져나와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때 길 옆에 숲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하얀 스티로폼에 성냥개비를 고르게 꽂아 놓은 것 같은 숲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차를 세웠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서 내 걸음걸이 뒤로 발자국이 남겨진다.
그리고 숲 중심부에 도착해 눈 밭에 털썩 누워 몸 자국을 새긴다.
아마 내일이면 이 자국은 희미해질 것이고 며칠 뒤면 완벽히 사라져 내가
이곳에 왔다는 증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몸 어딘가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담기게 될 테니 그것으로 행복하다.
반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나무에 이름을 파거나 자연을 훼손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자연을 마주할 자격이 없다 생각한다.
오히려 진정으로 자연과 마주했을 때
자연이 나에게 남겨주는 것들이 있다.
50일의 자연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도서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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