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작쿄 May 04. 2017

사라진 흔적, 남겨진 기억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프롤로그


어렸을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썼던 일기를 기억한다.

오늘은 무엇을 했고

뭐가 재미있었고

어떤 일들이 있어났는지...


지금 그 일기는 사라졌지만

그 일기를 썼다는 기억은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수북하게 쌓인 눈 위에 내가 내디딘 발걸음으로 남겨진 발자국은

분명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 머리와 가슴속에 자리하는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 볼까 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산 위에 작은 바다



50일의 자연 여행 26일 차

전날 캘리포니아 주를 나와 지금은 오리곤 주에 자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와는 확연히 달른 오리곤 주의 날씨는 겨울이었다.


크레이터 레이크로 향하는 길 옆으로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공원 안으로 입장하자 눈은 내 키를 훨씬 넘는 높이로 길 양 옆으로 쌓여있었다.



공원 안내소에 도착하니 2층 높이의 안내소 건물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내소에 들려 공원 지도를 받고 나오다가 런던에서 왔다는 두 남자 친구를 만났다.

캐나다에서부터 이 곳까지 여행하고 있다는 두 친구의 모습이 어찌나 늠름해 보이던지..

나는 그들에게 사진을 한 장 담아주고 우리는 해어졌다.



내가 크레이터 레이크를 방문한 시기는 공원 시설 대부분이 안정상의 문제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열린 장소는 림 빌리지라는 장소뿐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관광이 아닌 여행을 선택한 나이기에 더 이상 시설 상황은 어떤 흥감도 주지 못하게 되었다.




림 빌리지에 모습은 장관이었다.

거대하게 쌓인 눈을 밝고 눈 언덕을 올라 만나게 된 크레이터 레이크의 모습은 놀라웠다.

마치 작은 바다를 산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물들어 빛나는 세상에 작은 섬 하나.

마치 미니어처 바다라고 할까?


고지에 바람은 볼에 닿을 때마다 살을 베는 것처럼 차가웠지만 공기에 시원함과 상쾌함이 있었다.

대략 1천만 년 전 화산 폭발 후 분화구에 물이 고이면서 마뎌진 호수.

신비로운 점은 호수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지도 않고 또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 다른 물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 호수는 겨울철에도 얼어붙지 않는다고 한다.


산 꼭대기에 작은 바다 크레이터 레이크...

놀랍고도 신비로운 자연이 숨 쉬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내가 자연에 남긴 것



해가 질 무렵 나는 크레이터 레이크를 빠져나와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때 길 옆에 숲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하얀 스티로폼에 성냥개비를 고르게 꽂아 놓은 것 같은 숲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차를 세웠다.

"이런 멋진 자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숲 안으로 들어가면서 내 걸음걸이 뒤로 발자국이 남겨진다.

그리고 숲 중심부에 도착해 눈 밭에 털썩 누워 몸 자국을 새긴다.


아마 내일이면 이 자국은 희미해질 것이고 며칠 뒤면 완벽히 사라져 내가

이곳에 왔다는 증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몸 어딘가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담기게 될 테니 그것으로 행복하다.



반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나무에 이름을 파거나 자연을 훼손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자연을 마주할 자격이 없다 생각한다.


내가 자연에 남겨야 하는 건 마음뿐이다.


오히려 진정으로 자연과 마주했을 때

자연이 나에게 남겨주는 것들이 있다.


자연이 내게 남겨주는 것

그 추억과 감정

기억과 느낌 모두

난 그저 내 마음속으로 꼭꼭 챙기면 된다.



자연에게는 자연이 보여준 아름답고도 놀라운 것들에 예의와 경의를 표할 뿐..

그게 자연과 사람 사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선이라 생각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다음 편은

밀림과 같던 자연

올림픽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50일의 자연 속으로의 여행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공식 50데이즈.미.얼론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www.50DMA.com


50일의 자연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도서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61202

인스타그램

@DailyKyo

매거진의 이전글 숲을 등지면 바다, 바다를 등지면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