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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May 10. 2017

따스하게, 붉게, 물들어간다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올림픽 국립공원 편


프롤로그


봄이 오면 앙상한 가지 위에 푸르른 잎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여름이 오면 찬란하게 잎과 꽃들이 춤을 춘다.

가을이 오면 찬란했던 모든 것들이 고요 속에 붉게 물들어가고

마지막 겨울 새로운 찬란함을 위해 모든 건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시간의 흐름 속에

내 모습도

내 영혼도 

붉게 물들어가는 것


나 홀로 떠난 50일의 여행 28일

내가 올림픽 자연과 마주하면서

나의 영혼에 조금씩 붉은 물듬이 느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이 곳은 밀림이었다



나 홀로 떠난 자연 여행 28일

내가 도착한 자연은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올림픽 국립공원이었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립공원이자

미국 서북쪽 끝에 위치한 자연이었다.



처음 올림픽 자연과 마주하고 내게든 첫 번째 생각은

이 자연은 완벽한 밀림이라는 것이었다.


올림픽 자연의 땅을 걸을 때다 느껴지는 푹신함과

내뱉는 공기 속에 전해지는 습한 자연향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국립공원"이라고 하니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대회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오래전 영국의 한 탐험가가 이곳의 산을 발견하고 이름을 올림푸스 산이라 지은 것에서 공원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내가 올림픽 자연에서 처음 향한 장소는 반스 크리크 트레일이었다.

숲길을 걸으며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와 풀벌레들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묵직한 자연은 처음이었다.


올림픽 자연에 입장하면서 들린 공원 안내소에서 공원 직원은 반스 크리크 숲 속에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그 폭포의 이름은 메리 미어 폭포.. 이름 참 귀엽다.

반스 크리크 트레일을 걸은 지 1시간.

"어... 길이.. 막혔네!.."


메리 미어 폭포로 들어가는 유일한 숲길에 큰 나무 하나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다.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을 타고 돌아가려 해봤지만 계곡에 흐르는 물은 생각보다 급류였다.

몇 발자국 안 가 발을 헛디뎠고, 등산화 안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들어와 양말과 내 발을 적셨다.


결국 메리미어 폭포로 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 하여 그 계곡이 흐르는 장소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올림픽의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뭐랄까?

홀로 이 무겁게 느껴지는 자연을 감상하는 기분이 이상하다.



계곡을 나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숲길의 느낌이 따스했다.

태양이 숲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는 듯

숲을 빠져나오는 길은 색다른 운치가 느껴졌다.


밀림은 뭐랄까..

습하면서도 포근하다고 할까?


마치 엄마 품속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숲길을 거의 빠져나올때즘 몇 명의 여행 중이던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들의 모습 속에 이제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보인다.


여행가의 모습이 보인다.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인다.

힐링의 모습이 보인다.


전에는 마주할 줄 몰랐던 모습들이 자연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할 때 마주하고픈 장소가 있었다.

바로 바다였다.


붉은 노을이 지는 바다를 만나고 싶었다.

나는 숲을 나와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

초조함에 멈춘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크기는 거대하다.

올림픽 자연의 중심부에서 해안가로 향하는 길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기에 해가 질 무렵 숲을 나온 나에게 시간은 넉넉지 않았다.


숲을 빠져나와 길을 달리면서 마음속에 초조함이 생겨났다.

"이런 서두르지 않으면 석양 지는 바다를 마주하지 못하겠는데.."



숲을 빠져나와 길을 달린 지 15분 내가 달리는 길 옆으로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물은 너무나 잔잔한 나머지 마치 거울처럼 올림픽 자연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멈출 수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마음에 멈춤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마음이 내게 속삭인다.

"넌 왜 욕심을 부리니?"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

멋진 풍경을 만나고 싶은지?

마음이 내게 묻는다.


그때 나는 호수 옆길에 차를 멈췄다.

자연과 마주하고 싶었다.


이 멋진 호수가 바로 내 옆에 있는데

이 아름다운 자연이 나에게 다가오는데

그냥 지나쳐 버린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나의 불순한 태도였다.



나는 호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호수의 모습을 짧은 시간 깊이 있게 마주한다.

그리고 다시 호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바다로 향한다.


다시 차에 올라타 길을 달리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때로는 초조하고 급할 때 잠시 멈춤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내 주변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어쩜 옳은 행동이 아닐까?



세 번째 이야기

석양에 물들어간다



호수를 빠져나와 올림픽 해안가에 도착했을 무렵

시간은 완벽했다.


바다 위로 지는 태양의 모습은 뚜렷했고

그 앞바다 위에는 두 개의 작은 섬의 모습이 환상적이게 자리하고 있었다.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자리

그리고 

완벽하게 빛나는 자연..


붉게 빛나는 태양이 나의 정면에서 빛난다.


그 붉은빛이 나의 영혼으로 물드는 기분이랄까..

고요함 속에 파도소리와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가 요동친다.

그 소리조차 나의 영혼을 긁는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섬 위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보인다.

그 실루엣이 바람에 맞추어 살랑살랑거린다.


붉은 석양에 손을 흔든다.



암벽에 부딪히는 파도에 하얀 거품이 일어난다.

그 수채화 같은 하얀 거품도 붉은 석양에 같이 물들어 간다.


모든 자연이 하나의 태양에

하나의 석양에

붉게 물들어간다.



그때 나의 가슴에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나 홀로 떠나온 자연 여행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지막 이야기

뜨거운 내가 아닌 따스한 나



나 홀로 떠나온 50일의 자연 여행 28일..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처음 자연과 마주했을 때

나의 가슴은 뜨거움과 두근거림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자연의 놀라움과 

몰로 설명 못할 극도의 감정들을 계속해서 경험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다르다.


분명 어제도 자연과 마주하고

그 전날도

그 전전 날도 자연과 마주해왔는데


오늘 내가 올림픽 자연과 마주하고

해 질 무렵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의 모습과 마주하면서

느껴지는 나의 감정은 뜨거움이 아닌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내가 바랬던 건 이 여행이 뜨거움으로 가득해 새로운 나를 찾고 발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 절반이 지나면서 자연은 나에게 더 이상 뜨거운 내가 아닌 따스한 나를 찾아보라 말하고 있었다.


따스한 나...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였다.


나는 늘 뜨겁게 빛나고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뜨거움이 가득한 태양이 아닌 따스함이 가득한 하늘이 되는 건 어떻냐고 자연이 내게 물어준다.


그 따스함에 내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뜨거웠다면 증발해 버렸을 마음이 뜨스하게 녹아내린다.


가슴이 따스해진다.



이날

나는 자연에게 또 하나의 나를 찾게 된다.

뜨거운 내가 아닌 따스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 모든 것에..

하루하루 자연과 마주하며 

하나하나 자연이 내게 선물해주는 시간 속에

나는 새로운 나와 마주한다.

그 마주함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 깊은 감동에 내가 어른이 되어간다.




붉게 물드는 올림픽의 자연처럼

나 또한 따스함 가운데 붉게 물들어간다.


자연 앞에 감사하고 감동하면 겸손해진다.

내일의 새로운 자연과 마주할 기대를 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다음 편은

산 길 끝에 마주한 자연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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