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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Jan 12. 2018

샌프란시스코 2/5:언덕 넘어 낭만

언덕 넘어 낭만이 가득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이야기


프롤로그

낭만 : 浪漫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면서부터 감성과 이성적인 감정은 배제되고 현실적 사상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보다는 가격을 따지고 질보다는 양을 따지며 현실에 맞게 나의 일상은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 하루하루 견뎌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높고 낮은 언덕길을 따라 걸으며 마주하는 도시의 분위기에 이처럼 낭만적인 도시가 있을까? 하는 느낌에 사무치며 낭만적인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언덕 넘어 낭만이 가득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최고의 라멘 집



늦은 아침잠에서 깨어나 혼자만의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시작했다. 일단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식사할 레스토랑을 검색하다 제팬 타운 쪽에 위치한 라멘 맛집을 찾아냈다. 그 라멘집의 이름은 “마루후쿠 라멘 : Marufuku Ramen”. 식당이 오픈하기 30분 전에 도착해 첫 번째로 입장할 생각이었다.



음식점이 오픈하기 30분 전 식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라멘집 입구 앞으로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이었다. 분명 맛집이 틀림없어 보였다. 내가 줄을 서서 식당이 문을 열기 전까지 내 뒤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식당 문이 열리고 나서 30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나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Chicken Paitan DX라는 라면과 구운 닭다리가 같이 나오는 라면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라면과 잘 구워진 닭다리 요리를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왜 사람들이 식당이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먹어본 일본 라멘 중에 3손가락에 뽑힐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히게 좋은 라멘과 고소하면서도 달콤 짭짜름한 테리야키 소스를 곁들인 닭구이의 조화가 정말 맛있었다. 맛 표현을 하기보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이 라멘집을 찾아가 맛보라고 추천한다.



맛있는 식사를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식당 밖으로 나왔다. 배부른 상태에서 느릿하게 제팬 타운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낭만적인 건축물들이 느릿한 걸음 속에 나에게 다가온다. 오늘 여행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 또한 구름 한 점 없이 따스함과 선선함으로 나를 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그럼 오늘 하루 낭만적인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시작해 볼까나?”



두 번째 이야기

현대적인 대성당 건축



재팬 타운을 나와 길을 걷다가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 건축물은 Cathedral of Saint Mary OfThe Assumption이라는 대 성상이었다. 십자가 형태의 지붕에서부터 고운 곡선으로 내려오는 외벽의 모습은 그동안 봐왔던 성당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성당 내부의 모습은 더욱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대하고도 높은 실내 천장과 예배당 위로는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실내 장식이 화려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분위기 자체는 무거웠지만 무거움 속에 담겨있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예배를 드리는 실내 공간 양쪽 끝에는 모던한 느낌의 각진 기둥이 성당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창가 밖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에 반사되는 기둥의 텍스처에서 육중하지만 강인한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기둥 옆으로는 종교적인 미술 작품들이 멋지게 설치되어있어 성당을 방문하는 신도들에게 영적 감명을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믿음은 눈이 아닌 마음을 통해 형성되는 영적인 감정이지만 어쩌면 그 형성 속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살을 부딪히면서 더욱더 강인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 번째 이야기

홀로 들여다본 허브스트 극장



성당을 나와 또 한없이 걷기 시작한다. 이번 도시 여행에서 하루에 10마일은 기본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걸음은 여느 때와 같이 느릿하면서도 가볍게 샌프란시스코를 누비며 여행을 이어나간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간 또한 가물거리는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시청 쪽 허브스트 극장에 도착해버렸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 보이는 날에 나는 허브스트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하고 적막한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자 경비를 보고 있는 한 남자가 내게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나는 길을 걷다가 건물이 이뻐 보여서 들어왔다고 말하자. 경비를 보고 있던 그 남자는 알겠다고 하며 극장 건물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1915년도에 문을 열은 건물은 1945년 국제 연합 헌장이 체결된 곳이기도 하며 지금은 다양한 공원들이 상연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극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래된 건축물인 만큼 극장의 실내 모습에서 과거의 웅장하면서도 클래식한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한참 로비에서 이리저리 감상을 하다가 경비를 보는 남자에게 공공장소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장소가 있냐고 묻자 남자는 내게 4층은 공개된 장소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 도착해서 첫 느낌은 1층 로비는 고전적인 실내 분위기였다면 4층은 현대적인 실내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하얗고 밝은 복도와 복도 벽면으로 공연사진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있었고 복도 끝방 문 너머에는 옷을 만드는 공간처럼 보이는 방이 있었다. 내가 입장할 수 있는 장소는 복도뿐이었기에 이제 퇴장할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탈까 생각했지만 내 눈 앞에 층을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극장의 계단에서조차 운치가 느껴졌다. 시대가 발전하기 이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이용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보다 이날은 두발로 걸어 내려가는 이 계단이 더 큰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계단을 따라 1층에 도착하고 극장 밖으로 퇴장하면서 마치 오래전 과거와 가까운 미래를 다녀온 기분이다. 



네 번째 이야기

볼거리 가득한 현대미술관



대 도시 어느 곳에나 현대 미술관이 있듯이 샌프란시스코에도 현대 미술관 :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이 있다. 뉴욕, 시카고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미술관을 찾아갔을 때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은 다른 도시의 미술관보다 참 정갈하다는 느낌이었다. 입장하는 입구에서부터 웅장하면서도 화사한 실내 건축 디자인이 내 시선을 끌었다. 



미술관 관람 입장표를 구입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미술관 앱을 이용하면 미술관에 현재 관람 가능한 미술작품에 대한 내용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내가 있는 장소에 설치된 미술품의 대한 정보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려진다는 것에 꽤 신선한 느낌을 전해 받는다. 미술학에 대한 기본 상식이 많지 않은 나로서 참 좋은 기능이었다.



미술관 내부에는 거대한 설치미술품부터 작은 미술작품까지 다양한 현대미술품이 가득했다. 느린 걸음으로 미술관 각각의 층을 누비면서 어떤 작품 앞에서는 한참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시선이 향하지 않는 작품들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많은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미술품 앞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감명을 받기도 한다. 또 어떤 작품은 의문점 투성이기도 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히게도힌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는 테라스 형태의 야외 공간이 있다. 미술품들을 관람하다 밖 갓 공기가 필요할 때나 또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누구나 밖으로 나와 설치된 의자에 앉아 야외에 설치된 미술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미술관 각각의 층마다 고전 미술, 현대 미술, 조각, 사진 등등 나눠 전시되어있었다. 내가 유독 좋았던 층은 맨 꼭대기 층이었다. 빛, 사물, 현대적인 미술품들이 모여있는 층이었는데 그곳에서 미술관이 끝나는 시간까지 미술작품들을 감상하게 되었다. 



도시 여행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바로 미술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도시에는 좋은 미술관이 있고 좋은 미술관은 좋은 작품들이 있다.




마지막 이야기

전차를 타고 찾아온 밤



미술관을 나와 날이 저물때즘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전차를 타볼 생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가로지르는 전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요소이다. 전차가 멈추고 서는 역에서 잠시 기다리자 덜컹거리며 전차가 다가왔다. 전차 위에 올라타고 자리를 잡고 앉자 느릿한 움직임으로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전차를 타고 해안가 쪽 도로를 따라 부둣가에 멈춰 섰다. 아침부터 이리저리 다니느라 온몸이 녹초가 돼버린 느낌이라 전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할 겸 근처 커피숍을 찾아 따스한 커피 한잔을 시키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날이 저물고 밤이 어둑해질때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지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고층 라운지 바를 찾았다. 높은 층 위에 자리하고 있는 라운지 바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이 내 마음을 녹인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내 마음을 샌프란시스코가 훔쳐갔다.


낭만이라는 것,,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몸은 녹초가 되고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마음에 평온함을 선물하고 감정적으로 풍족하게 만든다. 내가 더 깊이 있게 도시를 여행할수록 도시는 내게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내일은 또 어떤 낭만이 나를 찾아올지 설렘이 가득하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청춘 이탈:콘크리트 정글

"뉴욕 3/5: 모든 곳에 예술이 있다"

다음 주 금요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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