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주 Jun 02. 2021

트와이스 익셉셔널

Twice Exceptional (2e)

특수교육학과에 입학을 하고 처음으로 장애아동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과정인 "특수교육학 개론"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왼손을 사용하는 학과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강의 내용을 확실하게 요약하여 이해하기 쉽고 알아보기 쉬운 필체를 자랑하는 노트필기 기술이 대세였는데 왼손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친구들의 글씨는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의 글씨처럼 삐뚤빼뚤한 글씨로 공책을 채운 것이었다. 기가 막힌 이유가 그 뒤에 있었다. 각 장애별 특성을 설명하는 중에 천재에 속하는 아동들의 특성 중에 악필이 들어있어서 너도 나도 은근히 천재로서의 특징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하하!


홍역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알려진 질병이다. 페르시안 의사에 의해 9세기에 처음 발견된 홍역은 1912 미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매년 6,000 명의 사망자가 기록되곤 했다. 1950  처음 백신이 개발된  홍역 백신은 볼거리, 풍진과 합쳐진 MMR 백신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고 일반적으로 생후 12-15개월에  , 그리고 4-6세에  번째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면역체를 갖게 한다. 홍역의 초기 증상은 기침, 콧물,  충혈,  감기와 비슷하지만 3~5일이 지나면 얼굴과  전체에 붉은 반점의 발진이 생기는데 평생 흉터로 남는 후유증 외에도 뇌와 신경계에 감염이 되어 뇌손상이  수도 있는 위험한 질병 중의 하나이다.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부단한 노력으로 2000년에 미국 내에서 홍역 완전 퇴치의 업적을 세우게 되었지만 원래 1982년을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해 늦은  보면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를   있다. 중요한 것은  완전 퇴치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완전 퇴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기전염을 통해 다시 공격해올  있다는 점을 세계 보건기구(WHO)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데 2018 이후 심심치 않게 홍역 발병 뉴스를 접하게 된다. 완전 퇴치가 되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알았던 홍역 발병률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여기에 의도적으로 백신을 거부하게  사건과 그를 맹목적으로 믿고 자녀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영국의 웨이크필드(Wakefield)와 다수의 연구자들은 1998년에 MMR과 자폐와의 관련성 연구를 보고했다. 그들은 MMR 제조회사와의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고 전략적인 인터뷰 방법을 통해 자폐 자녀를 둔 12명의 부모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주관적 방법의 연구였다. 결국 법정에서 그들의 연구결과를 증명할 만한 내용이 없음이 밝혀졌고 책임 연구자였던 웨이크필드는 의사면허 취소를 당했다. 이로써 홍역 백신과 자폐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소설과 같은 이야기로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배우인 제니 맥카시(Jenny McCarthy)와 2014년 대선을 앞두고 트윗에 열을 올리던 트럼프의 가세로 백신과 자폐는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넘어 백신이 자폐를 일으키는 원인인 것으로 오도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5년 디즈니랜드 관광객 중 150여 명의 아동들이 홍역으로 밝혀졌고 홍역 발병은 사례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가끔 종교적인 이유나 건강상의 문제로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있으나 홍역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우리 자녀에게도 발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백신이 우려가 된다면 담당의사와 직접 상담하여 때에 따른 백신 접종으로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 중에 뛰어난 인지능력이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투와이스 익셉셔널(Twice Exceptional)이다. 한국에서는 "이중 특수아"라고 부른다. 자폐가 아닌 다른 모든 장애영역에서도 발생하고, 자폐를 가진 아동들이 모두 이중 특수아는 아니지만 자폐의 특성 중에 하나가 기억력이라든가 숫자 계산, 음악 등 한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2000년도 자폐 판정을 받는 아동의 사례가 급상승하면서 장애와 남다른 재능을 동시에 보유한 사람을 지칭하는 투이(2e)라는 단어가 미국의 공교육 현장에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 중에 6% 정도가 여기에 속하고 다행하게도 자폐 진단은 타인과의 접촉이 많아지고 언어 표현이 급증하는 2세를 전후로 이루어지며 조기 특수교육은 자폐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장애로 인해 뒤쳐지는 부분을 보충하거나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보상교육"이라고 하는데 보상교육의 약점은 바로 2e의 재능 부분을 간과하고 충분히 계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눈에 쉽게 띄는 약점보다는 눈에 띄기 않는 각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특수교육의 궁극적 목표다.


이 글은 2019년 4월 6일 자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잊혀진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