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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Mar 10. 2024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자존감

300억 대 1의 경쟁을 이긴 승리자!

PBS 교육방송에서 다큐로 1982년에 방송한 "The Miracle of Life 생명의 신비"는 스웨덴의 레나트 닐슨(Lennart Nilsson) 사진작가가 특별한 미세 이미지(Extraordinary Microimagery) 기법을 사용해서 인간 배아에서 신생아까지의 단계를 촬영한 작품으로 에미상 (Emmy)상 이외에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다. 처음 비디오를 보던 순간 눈을 뗄 수 없는 생명의 신비에 빠져들었던 나는 이 교육비디오를 자주 강의에 인용을 한다. 잘난 사람이던 못난 사람이던 장애인이던 그들이 태어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진짜 숨 막히는 경쟁에서의 단 한 명의 승리자임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나의 강의는 설명이 과장된 듯하기도 하고 코믹하다고 생각이 드는지 사람들이 많이 웃기도 한다. 나는 생명의 신비를 통해 태어난 인간 모두가 서로 존중을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에 "생명의 신비" 다큐에서 나온 이야기를 내 방법으로 설명을 한다. 


다양한 사건 사고가 나에게 일어날 확률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 3만 대 1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 3만 3천 대 1

벼락에 맞을 확률: 50만 대 1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 75만 대 1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 8,145,060 대 1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들긴 해도 가끔 들어보고 실질적으로 경험해 본 일들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로또복권에 당첨된 확률은 같은 사람이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하니 구입을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복권당첨자가 매주 나오긴 한다. 그렇다면 내가 "나"로 태어날 확률을 알아보자. 한번 사정을 할 때 나오는 정액의 양은 보통 2-5cc라고 한다. 1cc에는 약 6천만~1억 6천만의 정자가 들어있다. 그러니 그 중간정도인 1억으로 치면 한번 사정에 3억 마리(?? "분"이라고 해야 하나?)가 있는 것이다. 대충 1년에 50회 정도의 사랑을 한다면 150억에 달하고 보통 형제자매들이 2년의 터울로 태어나니 300억 "분"의 정자중에 한 명이 "내"가 되는 것이다. 로또가 8백만 대 1의 확률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내"가 되려면 로또보다도 3750배가 더 어려운 확률이다. 상상이 되지 않는 확률로 생각해 보면 내가 "나"로 태어날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확률로 보는 숫자보다도 정자들 간의 큰 경쟁을 통해 300억"분"들 중에 오직 한분만이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수많은 정자님들이 벌리는 경주를 알아보자. 같은 출발점에서 거의 동시에 출발을 한다. 그런데 다시 충전할 수도 없는 이미 결정된 양의 에너지만을 가지고 "난자"로 가는 길 안내를 하는 내비도 없이 처음 가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첫 관문이 무척 험하다. 인간의 몸의 체액의 pH가 7.4로 약 알칼리성인데 비해 처음 길을 떠나자마자 입구에서 300억의 정자는 pH3.8~4.2 산성 소나기를 맞아 불결한 많은 분들이 사망하시게 된다. 오직 깨끗한 분들만 경주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작은 정자에게는 난자까지 가는 길은 무척 먼 장거리 여행이 된다. 무사히 난자까지 도착을 하려면 힘이 좋은 건강한 정자여야만 한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 초행길에 내비도 없이 가야 하는 정자들을 오직 난자가 둥글다는 정보만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 중에는 둥근 벽에도 머리를 드리박고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정자들도 있고 프로펠러 같은 꼬리가 하나여야 앞으로 쏜살같이 진행을 할 수 있는데 두서너 개가 달려 똑바로 나가지를 못하고 빙빙 도는 정자도 있다. 그러니 "내"가 되는 정자는 그중 똑똑한 정자들만이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도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가야만 한다. 목표만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성실한 정자들인 것이다. 


이렇게 가장 깨끗하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성실한 정자들만이 살아남아 드디어 나의 다른 반쪽인 "난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잔인한 게임이 된다. 그렇게 엘리트중에 엘리트인 정자들 중에서도 오직 제일 처음 도착한 그 한분이 "내"가 되는 것이다. 바로 300억 대 1을 뚫은 "나"이다. 아무리 부족해 보여도 장애가 있어도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승리자인 것이다. 이런 설명의 끝에 나는 청중들에게 옆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지금 거울 속에 자신을 보면 좋겠다). 바로 옆에 앉은 그 사람도 당신과 같은 숨 막히는 경쟁을 이겨내고 세상에 나와 옆에 앉게 된 또 한 사람의 승리자라고... 이러한 내 강의를 들으며 좀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고 조목조목 특성을 설명하는 나를 개그우먼이라고 하며 코미디 클럽을 추천하는 제자도 있다. 이 비디오를 본 내가 그 이후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을 존중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거나 한때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가 승리자였던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배아부터 신생아까지의 일은 기억도 못하고 열등감과 자신감을 잃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은 늘 착하고 법 없어도 사는 사람이고 주변을 잘 도와주고 항상 웃고 남에게 잘하던 선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죽는 걸까 진짜 불공평한 인생사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또는 누구나 사람들은 좋은 점 나쁜 점을 가지고 있으니 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좋은 점만 들추어 표현하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결혼을 며칠 앞둔 사람, 4대 독자, 홀어머니를 봉양하던 외아들등 인간이 가진 좋은 점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희귀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늘 있는 것이다. 911 테러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중 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테드 비머(Todd M. Beamer)는 납치범들이 비행기를 장악하고 승객들을 협박하고 있을 때 비행사 소비자센터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린 뒤 "Let's Roll" "가자"라는 말을 끝으로 납치범들과 싸우다가 결국 비행기가 목표점이 아닌 펜실베이니아의 들판에 떨어지도록 죽음을 마다치 않고 용감하게 싸운 미국의 영웅이었다. 그에게는 임신 중인 부인이 있었고 결국 만나지 못한 아기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전국 장애인 연합이 바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점거하여 사람들을 볼모로 장애인 접근권과 이동권을 주장한다고 볼멘소리를 들었다. 그때도 보면 할머니가 위독하시어 급하게 가야 하는데 지하철에 발이 묶인 그분을 결국 할머니의 임종을 볼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또 처음으로 취업 인터뷰가 잡혀있는 사람은 너무도 화가 날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평소에 우리 옆에 소중하고 착하기 착한 사람들이 난리상황인 곳에 꼭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자마자 처음 들은 뉴스가 간 이식수술을 기다리던 환자가 의사들의 파업으로 수술을 할 수 없어 간을 나누어주겠다던 형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고 촛불 앞에 등불처럼 다시 간을 졸여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겨도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은 사건은 없을 것이고 아무 가치도 없고 아무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무지렁이 사람들만 있는 상황도 없다. 그러니 불의의 사고를 하늘을 원망하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사건사고에 대부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관여되는데 그중에 소중한 몇몇 사람이 끼어있다거나 좋은 면만 조명되어서라고 보지 않는다. 마치 매일 숨 쉬며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과 같이 우리 모두가 얼마나 소중하게 태어난 사람인지 잊고 있던 것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봄부터 소쩍새들이 그렇게 울어대고 먹구름 속 천둥도 그렇게 울어댄다는데 (미당 서정주 님의 "국화 옆에서"중),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장애는 보통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나거나 환경적으로 상해를 입어서라고 한다. 300억의 경쟁을 뚫고 세상에 태어난 승리자에게도 살아가는 환경에서 언제든지 장애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장애가 있건 없건 누구나 노출되어 있는 환경이다. 누구도 건강을 자신해서도 안 되고 또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장애를 입게 된다. 장애가 있는 젊은이들은 그저 남들보다 먼저 환경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지 태어날 때부터 부족한 다른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승리자로 태어난 인간으로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유전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어떨까? 정자중에는 미숙한 상태의 정자가 50-6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미숙한 정자로 인해 남보다 부족하게 태어난 것일까? 아니다. 미숙한 정자들은 튼튼한 정자와의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유전적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장애 유전인자를 가진 정자가 튼튼한 300억의 정자들을 다 이기고 승리자가 될 수 있었으니 유전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은 비장애인들보다 더욱 완벽한 승리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장애 유전인자를 가진 강한 정자에게 질 수도 있는 상황을 극복해 낸 힘찬 정자에게서 태어난 여러분! 그리고 상해요인이 곳곳에 숨어있는 환경 속에서 열심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여러분! 장애 유전인자를 가지고도 300억 대 일의 경쟁을 이겨낸 여러분!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자존감을 잃게 하는 정신적 정서적 감정적인 부분에 상처를 입는 것도 눈에 보이는 장애와 다를 것이 없다. 또한 인간은 세월이 흐르면 결국 누구나 장애인 되니 노인이 되어 서러워말고 지금 나와 옆의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세월이 흘러 장애인이 되었을 때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300억 대 1의 확률을 뚫고 우리 곁에 온 당신, 어디를 가도 소중한 사람! 모든 승리자들이 함께 하는 세상을 마음껏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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