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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적 특수교육 개론 2: 선택받은 우리

내가 "나"로 태어날 확률

by 교주 Feb 23. 2025

1982년에 스웨덴에서 방영된 "생명의 신비 (The Miracle of Life)"라는 작품은 에미상외에 수많은 상을 수상한 훌륭한 작품이다. 미세촬영 (Microimagery)으로 인간의 생식과정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처음 보면서 너무도 큰 감명을 받았다. 다리밑에서 주어온 아이라는 말로 너무도 쉽게 표현되어 왔기 때문에 나는 내가 태어난 것이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고 또 그리 소중한 사람이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나의 출생의 신비함을 알게 되어서 강의 중에 늘 한 명 한 명의 제자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있다. 


영화에서 다루는 생명의 신비한 과정을 나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확률로 설명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사건 사고의 확률은 다음과 같다. 

*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 3만 대 1

*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 3만 3천 대 1

* 벼락에 맞을 확률: 50만 대 1

* 비행기사고로 죽을 확률: 75만 대 1

*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 8,145,060 대 1

800만 대 1도 안 되는 로또는 같은 사람이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한다. 


내가 "나"로 태어날 확률은 얼마일까? 한 번에 2~5ml의 정액이 사정되고 보통 1ml에 6천백만~1억 6천만 마리의 정자가 들어있으니 1회에 평균 3억 마리 정도의 정자가 있다 (잠깐, 여기서 "마리"라고 하는 게 좀... 그래서 이후 정자"님"으로 표현한다). 일주일에 한 번의 사랑을 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50회가 되니 연평균 150억의 정자님들이 "나"의 탄생경주에 참여한다. 그리고 우리 집이나 내가 살던 때의 가정을 보면 자녀들이 대충 2년 터울이다. 그래서 내가 "나"로 태어나려면 평균 300억의 정자님들 중에 한 분만이 승리자가 되니 내가 "나"로 태어날 확률은 300억 대 1인 셈이다. 혹시 한여름 밤의 불장난으로 탄생한 사람도 감히 로또나 천재지변과도 비교될 수 없는 3억대 1이라는 거의 불가능한 확률로 소중한 "내"가 탄생하는 것이다.


"생명의 신비" 영화에서는 300억의 정자님들 중에 난자님을 만나 "나"로 탄생될 수 있는 유일한 정자님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숨 막히는 여정이 담겨 있다. 감탄과 감동으로 보던 영화에서 나름대로 "나"로 선택을 받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찾아냈다. 첫째, 최고의 깨끗함이다. 인간의 몸은 전체적으로 약 알칼리성인데 산성이 유지되는 오직 한 곳이 있으니 바로 여성의 질 부분이다. 남자의 몸을 떠난 수많은 정자님들이 통과해야 하는 첫 관문인 이곳에서 "이물질"로 추정되는 정자님들이 들어서는 순간 산성물질이 쏟아져 나와 지저분한 정자님들은 퇴출되고 깨끗한 정자님들만 통과되어 "내"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 나는 가장 깨끗한 사람인 것이다.


둘째, 최상의 건강함이다. 정자님의 크기는 약 4㎛ 정도이고 소독을 마친 첫 관문에서부터 난자님이 있는 곳까지의 길이는 약 15~30cm 정도이다. 정자님의 몸크기에 비해 여행거리는 15만에서 30만 배가 되니 엄청 먼 거리를 달려가야 하는 것이다. 정자님들은 경쟁에 앞서 미리 계산되어 장착된 에너지만으로 꼬리 프로펠러를 열심히 움직여 난자님까지 도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많은 정자님들이 난자님께 도착하기 전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여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정자님은 기형으로 꼬리가 두 개가 서로 움직이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하다 소멸한다. 먼 길을 완주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정자님들만이 "내"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 나는 최고로 건강한 사람인 것이다. 


셋째, 똑똑함이다. 모든 정자님들이 난자님까지 가는 길은 생전처음 가야 할 초행길이다. "앞으로 쭉 가면" "둥글게 생긴" 난자님이 있다는 정보만으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질내의 둥글둥글한 벽면이 난자님인 줄 알고 머리를 들이밀고 힘을 쓰다 사멸하는 정자님들도 허다하고 앞으로 똑바로 가야 하지만 방향감각이 없어 지그재그로 가다가 사멸하기도 한다. 출발 시부터 도착지까지 길을 잘 찾아야 하고 주어진 에너지를 잘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똑똑한 능력의 정자님들 만이 "내"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 나는 최고로 똑똑한 사람인 것이다.


넷째, 부지런함이다. 아무리 깨끗하고 건강하고 똑똑해도 게으름을 피우면 "내"가 될 수 없다.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에서는 가장 먼저 도착한 그 한분만이 "내"가 될 수 있는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가끔 동시에 도착해 이란성쌍둥이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300억의 정자분들 중에 오직 한 정자님이 "내"가 될 기회를 쟁취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가장 부지런한 사람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전개되는 서바이벌 게임에 숨이 막히는 것이다. 나는 시편에 나오는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시 139:13-14)"라는 말씀의 의미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과 서로 마주 보자. 내가 승리자인 만큼 그 사람도 300억대 1의 확률을 뚫은 가장 깨끗하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다. 감탄해 보라. 비록 내가 무시했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았던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승리자라는 사실과 바로 하나님께서 각각의 사람을 신묘막측하게 지으셨으니 우리는 모두 다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넉넉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 스스로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에서 자유로워지고, 세상에는 많은 나쁜 일들이 설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남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깨달음으로 키워진 자존감은 다른 사람의 귀함도 인정하게 된다. 


내 앞에 앉은 장애인! 그분도 또한 나처럼 300억 대 1의 경쟁을 이긴 정자님이 난자님의 선택받은 받아 창조된 사람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오히려 300억의 비장애 정자분들을 이기고 선택되었으니 더욱 강한 승리자일 것 같다. 우리의 눈에는 비록 약자로 보일지언정 하나님께서 더 신중하게 선택한 사람이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사무엘 상 16:7)"하신 말씀처럼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똑같이 귀한 사람이기에 누구나 예배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특수목회가 반드시 세워져야 하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근거이다.



특수교육 전공자로서 특수목회에 이바지하시는 목회자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전체 성도들과 나눌 수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 캘리포니아 풀러신학대학 (Fuller Seminary)에서 목회학을 수료했으나 특수교육이나 교육방법이라는 틀에서 성서를 바라보는 글이라 성경말씀을 현대적 표현으로 쓰기도 하고 또 해석을 잘못했을 수도 있음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이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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