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때가 되면...

판단력, 결단력, 그리고 실행력

by 교주 Feb 09. 2025

나는 미국땅이 좁아 더 갈 데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행기를 많이 타고 한 달에 두서번씩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날아가 회의에 참석을 하곤 했었다. 비행기는 손님을 태운 후 문을 닫고 나면 게이트를 떠나 몇 분 안에 앞으로 쫘악 펼쳐진 활주로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마치 심호흡을 하듯이 웅 하고 엔진소리를 높이곤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달리기 시작한다. 전속력으로 달려가 무거운 몸을 하늘로 띄우는 것이다. 비행기가 하늘로 뜨는 순간 나는 늘 머릿속에 "떴다 떴다 비행기"노래를 떠올리고는 했다. 


어느 날인가 텍사스 공항에서 평소와 같이 정시에 비행기가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날은 왠지 좀 더 덜컹거리며 활주로로 향해 간다고 하기에는 좀 한참을 가는 것이었다. 그 비행장이 다른 비행장보다 넓은지 꽤 오래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넓어도 그렇지 거의 30여분이 넘게 덜컹대고 땅을 헤매고 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을 알았는지 기장이 "이제 LA까지 반쯤은 왔으니 편한 마음으로 있으시면 됩니다"하고 기내방송을 해서 모든 사람이 까르르 웃었다. 기장의 재치 있는 농담조의 말에 사람들은 곧 편안하게 있었고 그 사람말대로 정시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어느 날 주일날 목사님의 설교중 그 경험을 되살리게 하는 말을 듣고는 귀가 번쩍 띄었다. 비행기는 이륙을 하기 위해 활주로를 속도를 붙이기 위해 한참을 달리다가 그 속도가 어느 한계점에 다다르면 반드시 땅을 박차고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비행장안에서도 활주로에서도 이륙을 할 수 있는 속도까지 올리지 않고 계속 비행장만 달리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은 비행기라 부르지 않고 버스라고 한다고 하셨다. 맞다 비행장을 30분 넘게 돌던 그 비행기 안에서 나는 버스를 탄 듯 덜컹거리는 느낌뿐만 아니라 지루함도 느꼈고 정시에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삶 속에서 우리는 이륙을 하려면 속도를 높여야 하고 어느 순간이 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도약을 해 야 하는 것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비행기가 아니니까 공중으로 떠서 다녀야 한다는 목표를 중요시하는 교훈보다도 나는 좀 다른 점을 생각해 보곤 한다. 육중한 몸 안에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삼키고 무거워서 도저히 뜰 수 없을 것 같은 쇠덩어리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비행기로써의 역할을 다 하려면 자기 날개의 위아래로 지나가는 공기의 저항이 자기의 몸무게를 새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속도에 다다를 때까지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달려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이 오면 무조건 떠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멀리 있는 "목적"에 눈을 맞추고 현실과의 너무 먼 괴리감을 토로하는 경우를 본다. 목표를 향한 작은 단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살아가는 자체가 고통의 작은 단계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그 고통 속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차고 날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떠나야 할 순간이 오면 떠나야 하고 직장이나 상황 속에서도 떠나야 할 때는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살아가며 중요한 기능은 판단력과 결단력, 그리고 실행력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을 하고 그것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리고 나면 바로 실행을 하는 것이다.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목적을 위해 때가 되면 반드시 이륙을 하는 것처럼 나도 결단을 실행한다. 

작가의 이전글 성서적 특수교육 9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