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느려도 서로를 칭찬하며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by 교주

한국과 미국을 수도 없이 왕복했지만 미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여행은 가장 힘들었다. 물론 세월이라는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평소와는 달리 외국공항을 경유함으로 길을 나선 지 24시간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한 원인이 가장 컸다. 하지만 피곤함을 넘어서는 뿌듯함을 주는 일도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내가 늘 들르는 곳은 한국 민속관이다. 다양한 한국 고유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볼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의 새 상품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매장을 서너 바퀴 돌며 이것저것 꼼꼼히 보다가 시계를 보니 아차 벌써 탑승을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노화현상으로 팔힘이 약해져 휠체어를 미는 것이 힘들고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 팔뚝이 되어 과거 휠체어 농구장을 달리던 그 스피드와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요리저리 날렵하게 피해 가며 머리가 휘날리도록 달렸다. 노장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더니... 진짜 "아직 살아있네!"


게이트가 눈에 들어오자 아직 탑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긴 줄이 보였다. 바로 당황함을 감추고 천천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휠체어의 스피드를 급히 낮추었는데 갑자기 한 직원이 멀리서 다가온다. 보통은 게이트 데스크 가까이 가서 앉아있으면 휠체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확인하러 오는데 이번엔 꽤 떨어져 있었고 그 게이트로 향한 지도 정확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 마치 그는 나를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맞이한다.


그는 여태 경험한 항공사 직원과는 달랐다. 궁금해서 그의 목에 걸려있는 신분증을 보았다. 인턴이었다. 아마 그는 도움이 필요한 손님들을 맡고 있다가 가장 늦게 나타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내 대신 데스크로 가서 모든 것을 체크하고 나를 안내했다. 가방을 들어주고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하기 전에 나에게 도움이 필요한가를 물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다고 하자 조용히 옆에 따라오며 길을 안내했다. 누군가를 도울 때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조용하게 도와주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인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비행기여행 도우미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장애인보다 노인과 임시 부상자인 경우가 많다. 도우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출입국 심사대 밖에 마련된 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출국시간이 되면 항공사 직원이 나와 그들이 마련한 휠체어에 태우고 비행기까지 데려다준다. 그들이 마련한 동선과 서비스에 묶이는 것이다.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공황을 마음대로 다니다가 비행기 문 앞에서 보행기는 두고 아이만 안고 탑승을 하는 것과 같이 휠체어를 두고 나만 타는 서비스만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그 쉬운 것을 설명하기 위해 30여분을 대여섯 명의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했다. 그냥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기만 하면 될 텐데 아직은 격렬한 투쟁을 통해야 자유를 얻는 구조다.


비행기에 오르자 컴퓨터를 열어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Mr. 인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승무원에게 이름을 알 수 있는지 묻자 나의 비행정보를 편지에 쓰면 회사에서 찾아 전해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두 가지 목적으로 회사에 편지를 쓰기로 했다. 하나는 진심으로 Mr. 인턴에게 감사하고 무엇을 잘했는지 알려주어 격려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간접적으로 회사에 장애인 서비스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정성스레 쓴 편지를 항공사 웹페이지에 올렸다. 집에 도착하니 "빨리빨리"의 천국! 벌써 대한민국에서 답장이 와 있었다. Mr. 인턴을 찾아 내 편지를 전해주었더니 엄청 기뻐했다고 한다 (아래 편지글 1). 그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회사의 다른 많은 팀들과도 나누겠다고 했다 (아래 편지글 2). 그들이 회사전체 연수나 알림글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의 두 번째 목적도 반은 달성되었다.


편지글 1: We've shared your kind words with him, and he was truly touched by your appreciation. As someone who is still learning and training, your feedback means a lot to him and to all of us.

편지글 2: "Your story is a great reminder of how meaningful small acts of care and awareness can be. We'll be sure to share this with our wider team so we can continue learning from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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