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안녕!

완벽한 새 삶을 위해 현재와 미래에게...

by 교주

1960년에 상영된 영화 "뜨거운 안녕"은 제목처럼 정신적 사랑의 상대였던 여자를 힘 있는 깡패조직의 두목에게 보내며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로맨스 영화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면으로 영화의 주제와 스토리를 해석한다. 남자 주인공이 폭력과 비이성이 난무하는 조폭세계를 빠져나오기 위해 두목과 혈투로 맞서다 두 사람이 다 죽는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죽음을 감수하고 싸운 남자의 희생을 이해하고 여인은 착한 세상을 선택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결말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떠나려면 진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뜨거운 안녕"을 외쳐야 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나는 과감한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얼마간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제저녁에 이멜로 완전한 정년의지를 밝혔다. 2024년 8월에 처음 정년을 결정할 때는 좀 비장했고 처음 느껴볼 새로운 감정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5년간 권리로 주어지는 50% 교수생활도 바로 거절했었다. 그러나 강한 주변의 권유와 특히 내가 1-2년을 먼저 쉬고 나서 돌아와도 된다는 조건을 들어주었기에 동의했었다. 이름만을 걸고 있었음에도 아직도 되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하진 못한 것이다.


겨우 1년이 지나는 시점에 갑자기 대학당국은 나에게 돌아오든지 떠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하라고 통보하였다. 지난 1년 동안 느꼈던 완벽한 자유로움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이 한몫했다고 믿기에 이번에 대학을 포기하면 돌아가는 길이 영영 차단되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한 가지 선택조건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상실감을 의미한다. 1년 동안 열심히 쉬었기에 다시 일하러 갈 에너지가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현장에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한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터라 지체 없이 돌아가겠다는 통보를 했다. 그러고 나자 마음속에 두 가지 감정이 요동쳤다. 학교로 돌아가 강의를 하면서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를 좀 더 마련할 수 있고 이번 한국방문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과 솟구치는 응원의 감정이었다. 반면 학교를 떠나 있던 1년 동안 많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며 새롭게 배워가며 느끼고 있던 만족감을 얼마동안 다시 묻어두어야 한다는 암울함이 있었다. 또한 정년 전에 느꼈던 묶여있는 스케줄에 대한 스트레스가 되살아나며 두려움이 엄습했다.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통보했지만 개학까지는 석 달 정도가 있어서 아직도 포기를 결정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지 이미 알고 있기에 굳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지만 나는 나에게 주말 동안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많은 시간을 마음의 갈등에 쓰기보다는 자신을 갈등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선택의 이유를 찬 반으로 칸을 나누어 적어보았다. 도우미 견 캐프리와 동네 한 바퀴를 하고 돌아와 생각난 것들도 꼼꼼히 리스트에 첨가하였다. 주말이 끝나갈 때 나의 선택이 "왜" 이것인가라는 이유를 두 가지로 깔끔하게 요약해 냈다.


첫 번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정년과 함께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선 길을 방치해 미루어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매주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훈련을 2년 정도 하자 말로 하는 강의보다 글로 표현해 내는 방법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17년 전에 "보이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으나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어 덮어두었던 소설을 종결하겠다는 결심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이지 오늘 갑자기 브런치 스토리를 열자 "멤버십 작가 신청"이라는 공고가 떴다. 관심 있는 유료 독자들만이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 그곳에 소설을 계획하면 스스로를 다시 한번 자극할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 생일날에 새로운 변화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니 이것은 운명이다. 하핫!


두 번째는 내가 교수로서 도와줄 수 있던 역할은 여기까지고 앞으로는 새로운 역할로 새로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은 교육에 관련된 일들이라서 내가 현직에 있어야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늘 만나왔고 나름의 최선을 다했었다. 주말 동안에 깨달은 것은 인간은 스스로 도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꼭 나의 도움이 최선이라는 자만심을 떨쳐내야 하며, 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항상 있을 거라는 점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독립적으로 교수역할의 마지막 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월요일 밤 별 감정을 섞지 않았으나 나름 비장하게 학교를 떠난다는 결정을 이멜로 간략하고 정중하게 밝혀 "보내기"를 눌렀다. 갔다! 되돌릴 수 없게 이멜은 그들의 메일박스로 들어가 버렸다. 지난 1년 동안 느꼈던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게 스트레스가 제거된 안정감이 바로 되돌아왔다. 이제는 이 스트레스가 없는 평범한 날들의 지속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지속될 지루함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과 자유의 뒷면이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나는 늘 일상적인 스케줄을 벗어나 뭔가에 홀려 바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나를 찾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는 새롭고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채울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과 많은 생각이여 "뜨거운 안녕!"

새로 다가올 사람들과 호기심과 희망이 기다리는 삶에게 보내는 나의 첫인사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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