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이 돋보이다
벌써 모든 학교가 비대면으로 교육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갔다. 작년 3월 말 우리 대학은 미국 대학 중에 가장 처음으로 23개 캠퍼스 문을 닫고 갑자기 온라인 수업으로 바꾸었다. 첫 주는 교수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할 시간으로 수업을 정지하고 그다음 주부터 바로 줌을 이용해 수업을 재개했다. 일반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바꾸는 데는 강의 전달 미디어만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니고 전달할 내용의 구성까지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정신이 없이 바쁘다. 사범대의 강의만 준비하는데도 하루가 짧았는데, 교생실습을 온라인으로 대처할 방법에 대해 캘리포니아 교육부와 교사자격 인증기관에서 마라톤 화상회의며 규제들을 완화하고 변경하는 이 메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미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경우 단기 휴교일 것처럼 바로 큰 준비 없이 학생들을 집으로 보냈으나 자가격리가 길어지며 공립학교에서도 인터넷으로 학생 지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도 급격한 변화가 많은 문제점을 들어내 보였다. 저소득층에는 한 집에 한대 정도의 컴퓨터는 있으나 자녀들이 다 따로따로 인터넷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개인용 컴퓨터가 없어 수업을 들을 수 없자 각 교육국에서는 크롬북을 나누어주었다. 불안정한 인터넷도 문제였다. 인터넷 회사들은 각 가정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연방 통신위원회 보고에 따른 면 94% 이상의 가정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속도는 한국을 따라갈 수 없이 느리다. 그래도 팬데믹은 미국 전체로 인터넷과 개인 컴퓨터의 사용률을 갑자기 늘게 하며 4차 혁명으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각자의 방이 없는 저소득층의 학생들의 경우 서로 방해가 되기도 했고 부모로부터 비대면 교육에 대한 도움과 관리를 받는 것이 어렵다. 학교 교사들에게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컴퓨터 사용능력을 돕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교육 이외의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르쳐야 하는 대학생들도 문제지만 가정에 있을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에 생각이 미치자 어떻게 도와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장애학생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교육은 한다고 해도 행동장애가 있고 관련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녀들을 부모들이 하루 종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전에 춘천교육대학에서 여름 강의 중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NearPod이라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산수에 활용할 가상 구체물 https://toytheater.com/등을 비대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가르쳤다. 장애학생들이 집에서 부모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뿐만 아니라 줌을 통한 비대면 수업 중에도 교사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해서 적극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야 했다.
앞으로 대면 수업으로 돌아가더라도 변화는 우리 주변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고, 이 기회를 통해 생긴 좋은 변화는 이어나가야 한다. 결국 장애학생의 교육은 학교 주도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데, 비대면 수업을 통해 컴퓨터를 켜야 하고 화면 저쪽에서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교사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부모의 자녀교육 참여도는 높아졌다. 행동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실천 내용을 몇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루의 스케줄을 만들어 그것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장애아동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케줄에 적힌 각 시간 옆에 활동 내용은 문자와 그림을 같이 제시하여 아동이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해 놓는다. 아동이 스케줄을 미리 알면 다음 활동으로 옮겨가기가 수월해지고 일관성 있는 활동에 적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오락같이 한 가지에 집중하는 아동이라도 음악을 들으며 체조나 춤을 추는 것같이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 시간을 적절히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행동장애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부모의 안정된 심리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행동이 일어난 후에 조치하는 것보다는 일어나기 전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문제행동을 지적하고 교정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문제 행동을 대신할 좋은 대체행동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뭔가를 달라고 우는 경우, 울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지적하라고 의사소통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행동을 일으킬 것 같은 상황을 포착하여 아동이 좋아하는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환기시키고 좋은 행동을 하면 즉각 아동이 좋아하는 것으로 보상한다.
셋째, 아동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아동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간식과 음료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한 가지 간식밖에 없으면 여러 접시에 담아서 어떤 접시의 것을 원하는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가사 일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좀 느리고 서투르더라도 기다려주고 이해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상황 변화에 대한 확실한 예측이 어렵지만 모든 미주 한인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이위기를 건강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함께 이겨나가야 하겠다.
이 글은 2020년 4월 1일 자 미주 한국일보에 "자가격리중의 자녀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