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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May 18. 2021

지적장애인의 대학교육

고등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교육열”하면 어찌 한국 부모를 당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민의 길도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선 듯 보따리를 싸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우리 한국인이다. 우리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고 엄마의 철학 중 하나가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절대로 아끼지 마라"였다. 그래서 나는 중고등학교 때 참고서이며 학용품뿐만 아니라 조금 필요 이상(?)으로 청구해서 남긴 용돈도 풍부했었다. 옛날에는 가난한 집안에서 학구열만으로도 용을 배출했으나, 요즘은 당연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풍요로운 집안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은 교육비와의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듯이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지만 교육비는 투자이고 투자한 만큼 자녀가 미래에 큰 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맛 물려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과연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투자한 교육비의 몇 배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을 수 있을까? 부모교육을 통해 이야기해 보면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교육열도 비장애자녀의 부모에게 못지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아동이 대학 진학을 생각할 때는 비장애 아동들에게 주어지는 대학교육의 기회처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가슴 아파한다. 


대학교육의 목표가 과연 학문의 정진만이 목표일까? 그래서 지능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설 곳이 없는 것일까?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과 목표를 살펴보았다. 미국의 대학교육은 꼭 학문의 발전만은 아니다. 대학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학문적 발전만이 아니라 미래의 진로와 취업으로의 발전이 목표로 들어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낭만을 배우고 친구를 만나고 동문에 속하며 인생을 설계한다. 고등학교까지의 기초교육에서 하지 못한 인생교육을 사회에 나가기 전에 배우는 곳이 대학이다. 또 대학교육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지도자로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대학 캠퍼스를 자유로이 걷고 거기서 친구를 만나고 지도자적 역량을 키울 정당하고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특수교육은 연방정부의 장애인 교육법(IDEA: Individuals with Disability Education Act)에 의해 0세에서 22세 사이의 장애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이 법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내용까지 아동의 능력에 맞게 바꾸어 적절한 개별화 교육을 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가 경한 경우에는 18세에 졸업을 하는데 법적으로 22세까지 공교육이 책임을 지게 되고 이 기간에 전환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여 취업뿐만 아니라 자립생활, 가정생활, 지역사회생활 등 졸업 후 일반사회에서 통합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일단 졸업을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공립학교에서의 책임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부모교육을 가면 대학 진학이 결정되거나 취업을 할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18세에 졸업을 하기보다는 22세까지 특수교육을 받기를 권유한다. 


한국에서도 고등학교 이후에 전공과를 운영하여 미국처럼 전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교육청에서 전환교육을 적극적으로 2년제 대학과 직업재활과 리저널 센터 등 성인 서비스 기관과의 협력을 주도하며 다양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대학교육 중 태프트 커뮤니티 칼리지(https://www.taftcollege.edu/til/)와 컨 카운티 리저널 센터(Kern County Regional Center)가 협력해 1995부터 운영되어 온 TIL 프로그램이 있다. 지적장애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며 대학과정의 수업도 들으며 자립생활과 직업훈련을 받는 2년제 프로그램이다. UCLA에서는 2006년부터 지적장애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https://www.uclaextension.edu/pathway). 일반적으로 대학 프로그램은 협력기관인 리저널 센터, 사회보장 연금, 직업재활부 등에서 경비를 지원하고 교육비 일부는 학자금 융자나 부모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 


캘스테이트 프레즈노 대학에는 지적장애 학부모 협회 주관으로 대학과 협력사업을 추진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우도 있다. UCLA의 Tarjan Center (2018)의 통계에 의하면 49개 주에 268개 대학에서 지적/발달장애 학생들의 프로그램은 진행되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2년을 지나는 동안 늘었을 것이고 조만간 지적장애 학생들에게도 보다 넓은 대학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의 명문 UC-Davis의 Redwood캠퍼스에 SEED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학교육을 통해 학문과 직업적 역량을 계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시급한 문제는 지도자 계발이란 큰 과제이다. 장애 본인으로서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할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교육과 특수교육이 지양해야 할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미국에서 People First라는 지적장애인의 자기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 모임이 있으며 나는 그 모임에 회의록을 기록하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초대 회장을 만나는 영예를 얻었었다. 한국에서도 대구대학을 중심으로 People First 모임이 처음 시작되었고 한국 지적장애인들에게 미국 People First 모임의 견학 기회를 만들었던 것도 나에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도 각 대학에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별전형이 있고 2002년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한국재활복지대학 (현, 한국 복지대학: https://www.knuw.ac.kr/knuw/main.do)도 지적장애인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반영한 결과였다. 나사렛대학의 브리지 학부도 지적장애학생의 대학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이 글은 2008년 3월 3일 자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새로운 통계와 정보로 업데이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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