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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Aug 09. 2021

새신을 신고.

광활한 미국 땅을 달려볼까?

미국 연방정부 교육부에서 일하는 친한  친구가 있다. 그는 뇌성마비로 언어장애도 있지만 사지마비로 움직임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휠체어를 타고 한 발로 땅을 저어가며 느리게 다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독립적으로 살며 박사까지 마친 후 교육부에서 미국 특수교육계에 연구비 예산을 집행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처음 그를 봤을 때 여러 면으로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언어장애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가 힘든데도 불구하고 방에 모여있던 200여 명의 박사들은 다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호텔 로비에 여러 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내가 지나가자 손짓으로 불러 함께 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에 야구경기를 함께 가자며 그가 운전을 하고 간다고 했다. "운전? 그렇게 장애가 심한데.."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진짜였다. 뇌성마비로 작은 소리에도 근육이 뻣뻣해지는 반사운동을 스스로 통제하며 운전을 하는 그를 존경하게 되어 친구가 되었고 그가 운전을 하게 된 계기를 알게 되었다.


가슴을 졸이며 누구나 운전을 배우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무도 그에게 운전을 가르치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때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자동차는 신발과 같아서 운전을 배워야 앞으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될 거라며 2년여에 걸쳐 아들에게 운전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갈 때쯤 운전을 할 수 있었고 장애가 심했음에도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에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며 운전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운전하는 모습은 너무도 나의 가슴에 와닿아 기록에 남기려 비행기로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워싱톤으로 가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의 운전을 https://www.youtube.com/DrKimm에서 볼 수 있다. 30여 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운전대에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단 것을 빼고는 일반차량을 사용했었다. 나이가 들며 이제는 파워체어를 타고 그것이 들어갈 수 있는 미니밴으로 바뀐 것 외에는 아직도 워싱톤 거리를 누비고 있다. 


나도 운동용 휠체어를 타다가 요즘은 파워체어를 탄다. 파워체어가 들어갈 램프가 장착된 미니밴을 매우 비싸기 때문에 교수의 월급으로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2년 전 재활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의 재활부는 장애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장애인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나는 후자에 속해 서비스를 요청하였다. 사람들은 장애인이면 무조건 나라에서 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재활부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찾아가 신청서를 내야 하고 그들이 서비스 대상이라고 결정을 한 사람에게 서비스가 주어진다. 그 결정에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장애가 있어야 하고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취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으로 선정이 되고 나면 서비스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바로 그때 "필요"와 "욕구"간의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필요"한 서비스와는 다른 것이다. 재활과 담당자는 내가 미니밴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직, 이사, 대중교통, 우버, 장애인 차량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왜 그런 것을 사용할 수 없는지를 묻는다. 물론 자신의 차가 있으면 편리함이 첫 번째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은 "필요"가 아니라 서비스하지 않는다. 너무도 많은 질문이 서비스를 받으려고 찾아간 장애인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한다. 나는 좀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들의 질문이 나라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가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 차가 왜 "필요"한 지를 서면으로 기록해 알려주었다. 예를 들면 교수의 직무 중에 하나인 교생실습 지도를 위해 여러 군데를 다녀야 하는 것이 대중교통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교수 직무내용이 적힌 서류와 그동안 교생실습을 위해 다녔던 학교 주소 날짜 시간들이 적힌 스케줄을 제출한 것이다. 


드디어 2년간의 기다림 끝에 램프가 달리고 운전을 쉽게 할 수 있게 개조된 차가 집으로 도착을 했다. 모든 서비스가 주어진 후에 3개월 동안 직장을 유지하면 재활과의 서비스가  종료가 된다. 그리고 나면 자동차는 내 것으로 소유권이 이양된다. 미국에서의 서비스가 조금 한국과 다른 면이 있다. 교수라고 하면 월급이 많다고 생각을 해서 한국이라면 서비스에서 완전 배제가 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여기서는 장애유무와 서비스의 "필요"인가를 별개로 평가한다는 점이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친구의 경우에 장애가 무척 심해 동영상을 본 한국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운전면허를 땄을가 하고 질문을 한다. 바로 미국에서는 운전대 뒤에 앉은 장애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습의 사람이던 어떤 개조 물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시험관이 앞으로 가라 할 때 가고, 좌측 우측으로 돌라고 할 때 돌고, 신호 지키고, 설 때 서는 기능만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으로 보지 않고 개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또 하나하나 필요한 기술과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기준만으로 평가해 주는 날이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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