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 파이팅!
나는 집중을 하면 조용해진다. 뭔가 생각하거나 집중을 해서 일을 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화가 났느냐고 묻는다. 진짜 화가 난다! 하하! 난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모르게 갑자기 조용해지고 심각한 얼굴이 되는가 보다. 미국에서 한때 휠체어 농구팀으로 활동을 할 때 상대팀이 공격을 격하게 할 때 내가 방어하는 한 사람에게 집중을 하다 보면 갑자기 주변에 아무도 없이 오직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만 보인다. 계속 쫒아다니며 슈팅하는 것을 막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공을 빼앗기도 한다. 마치 그 농구장에 오직 그와 나만 존재하는 듯 느껴지는 것이다. 갑자기 감독이 부르는 내 이름에 깜짝 놀라 우리 팀 쪽을 보면 여지없이 'Communicate"을 외치며 같은 팀의 동료 선수들과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끔 실제 경기 도중에 선수 교체가 자주 일어나고 우리 팀이 많은 점수로 이기기 있는 경기가 막바지로 다 달아 갈 때 B군 선수들이 대거 들어와 뛰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점수를 잃기 시작한다. 우리 팀이 누구를 막아야 할지 몰라 허둥댈 때 상대팀을 무서운 속력으로 공격을 이어가며 점수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다. 나의 역량도 팀원들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한다는 것이 희한하기도 하지만 잘하는 선수들 틈에 끼어 경기를 할 때는 나도 뭔가 점수도 내고 수비력도 향상이 된다. 그들은 내가 슈팅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을 때를 나보다 먼저 알고는 공을 패스해 주어 쉽게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력을 향상해야 하는 선수들과 게임을 하려면 나에게 공이 오지도 않는다. 아니 그들이 나에게 주려고 해도 이미 빼앗기거나 내가 공을 받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 공을 주곤 한다.
그래서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나 혼자의 집중시간을 깨고 팀원들에게 말을 했다. "쥴리, 너 지금 3번 방어해야 해" "왼쪽에서 네 공을 훔치려고 해" "앞으로.." "뒤로.." "리바운드!" 그들이 듣는지 안 듣는지도 모르지만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전반이 끝났다. 그때 상대방 감독이 지나가는 나에게 리더십이 좋더라는 말을 했다. 그때 첨 깨달았다. 우리 감독이 그렇게 팀원 간에 대화를 하라는 것이 그런 내용이었다는 것을.. 2년 동안 몸담았던 농구팀을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나오며 정리하고 벌써 30여 년이 지나 기억도 나지 않는 지나간 추억으로 맘 속 깊은 곳에 박아두었다.
긴가 민가.. 온갖 우려하는 맘을 가지고 이번 올림픽을 보이콧을 하려다 우연히 첫날 TV를 켰을 때 우리나라 양궁팀의 경기가 방송되는 것이었다. 그 이후 24시간 이런저런 경기를 보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나오면 관심이 가고 응원을 한다. 미안하지만 일본이 나오면 은근히 지기를 바라는 맘도 있고 미국이 나오면 갈등을 한다. 다른 나라와 미국이 경쟁을 하면 미국 편! 미국과 우리나라가 경기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를 응원한다. 올림픽이 시작하던 첫날 스포츠 해설위원이 미국 배구의 금메달을 예상하며 적수로 한국을 들었지만 거기에는 김연경이라는 한 명의 슈퍼스타가 있어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닐 것이라 예상을 하기에 배구에 관심이 갔다. 일본을 이긴 경기는 인터넷에서 뒤져 두어 번을 돌려보았고 터어키와의 경기도 역시 실시간 방송을 해주지 않아서 이겼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인터넷에서 봤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대화"였다. 김연경 선수의 적극적 대화가 너무나 돋보여 과거 내가 농구했을 때의 대화를 하라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수비도 공격도 잘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리 많은 점수를 내고 수비를 해도 해설자 말대로 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게임 중에 대화를 하는 리더십은 슈퍼스타 한 사람이 아니라 코트에 있는 다른 다섯 명을 스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대화하는 모습이 나에게만 놀라운 정도가 아닌듯하다. 인터넷에 김연경이 대화하는 모습을 올려놓고 밈(meme)게임으로 그 대화를 적어 넣는 게임이 한참이라는데 "나도 야단맞고 싶다"는 말도 있어 재미있다.
이제 4강 경기를 하니 미국 방송에서 생중계를 한다. 막 미국이 세르비아와의 경기를 이기고 먼저 결승에 도착했다. 자신감이 만만하다. 앞으로 6시간 후에 한국과 러시아의 게임이 생중계된다. TV 예약을 해놓고 지금부터 기다리고 있다. 아! 또 다른 기억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나온 만화가 생각난다. 갑자기 지하실로 감금된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보면 꼭 지더라"라고 말한 사람들을 우리나라 게임을 못 보게 감금해 버린 만화였다. 나도 내가 보면 지던데.. 스스로 격리하고 감금을 해야 할까?
비장애인의 게임은 사실 거의 다 약간의 변형을 통해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도 참여를 한다.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에 8월 24일부터 시작되는 패럴림픽에 좌식배구가 있다. 네트를 낮추고 선수들이 앉아서 한다는 규칙의 변형만으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게임이 시작된다. 10여 년 전에 김연경 선수가 야구나 축구만큼 배구에도 관심이 있었으면 했듯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메달에 도전하는 패럴림피언들의 활약에도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