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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Oct 06. 2021

장애인의 교통수단

액세스 (Access) 서비스

어제 LA 남쪽에 위치한 롱비치시(City of Long Beach)에 있는 장애인 차량 정비소에 맡겨져 있던 차를 찾으려 가야 했다. 파워 체어를 타고 가야 하기에 어떻게 가야 하나 생각이 깊었다. 화요일이라 다들 직장에 있을 시간이라 데려다 줄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와중에도 미니밴 이상의 큰 차를 가진 친구여야 한다. 미니밴을 가진 친구가 와 준다고 해도 무거운 파워 체어를 가지고 탈 수가 없다. 타려면 이동용 램프를 의료 상점에서 렌트하던지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가서 빌려와야 한다. 램프를 준비해도 미니밴의 두 번째 줄이나 셋째 줄 좌석을 없애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 너무 복잡! 여기서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은 포기! 택시나 우버, 리프트 서비스를 생각해 봤다. 그들 중에는 미니밴을 가지고 운영하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가격이 차이는 있겠지만 28마일을 가는 것이니까 $80 정도에 팁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들 서비스 또한 파워 체어를 위해 이동용 램프와 공간 확보의 문제가 있고 이동 중 파워 체어가 움직이지 않고 차량에 묶어야 하는 도구도 있어야 한다. 다 도움을 받는다 해도 시간이 중요한 택시기사님께 승하차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요구하는 부담이 있다. 


버스를 생각해봤다. (참고로: 넓디넓은 서부의 도시인 LA근방에는 버스와 같은 공공교통수단이 발달해 있지 않다.) 버스도 별로 나쁜 옵션인 것 같지는 않다. 버스에는 램프가 장착되어 있고 휠체어를 고정하는 지정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운전기사가 내려와 도와준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고 돌다 보면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고 평소에 보지 못한 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세상 구경도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 집에서 버스로 롱비치까지 가는데 3시간이 좀 넘어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 집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유니온 스테이션에 가서 기차를 타야 한다. 롱비치 기차역에 도착해서는 또다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체력이 길거리에서 방전될 것 같은 먼 여행이라 포기를 했다. 동네에서 짧은 거리를 다니기에는 버스도 참 좋기는 한데 장거리에 이용하기는 좀 어렵다. 


진짜 좋은 서비스는 비응급용 의료 운송서비스 (Non Emergency Medical Transportation)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램프도 달리고 파워 체어 고정장치도 설치되어 있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장애인을 편하게 모신다. 예약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할 뿐만 아니라 신청인이 안 나왔으면 기다려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합승시키는 일도 없이 단번에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이 좋은 서비스에 큰 약점이 있다면 바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얼마 전에 20마일 정도 왕복할 때 사용해 보니 $480의 차량 사용료에 팁을 따로 줘야 했다. 이 방법은 몸과 스케줄에는 부담이 없는데 주머니에 엄청 부담이 많이 간다. 하지만 정 필요할 때 긴요하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액세스 서비스(accessla.org)는 정부지원으로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이동수단이 되어주는 서비스인데 들쑥날쑥한 도착시간 때문에 악명이 높다. 혹시라도 차량이 일찍 도착해 예약한 신청인이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노쇼”로 그냥 가버린다거나 보통은 30-40분 이상씩 예약시간보다 늦게 도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던 나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 전에 미리 나가서 기다렸다. 역시나 악명답게 정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왜 꼭 중요한 때 화장실은 가고 싶은지.. 잠깐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도 차가 도착해 내가 없으면 그냥 가버릴까 봐 그 자리를 꼭 지켜야만 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올 때까지 있어야 하는 어려움을 드디어 경험하게 되었다. 그때 스마트폰에 차량도착을 알려주는 어플(Access Services)이 있다고 들은 생각이 났다. 기다리며 뭔가 할 일을 찾던 나는 어플을 깔고 내 정보를 넣자 지도 위에 귀여운 차량 이미지가 움직이고 도착 예정시간이 뜬다. 아! 이제는 아무것도 못하고 밖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플을 켜고 도착 예정시간 가까이 되어 나와도 되니 좀 늦어도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닌 듯하다.  


또 다른 부정적인 면은 한 명만 태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사람들을 태우기도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나도 롱비치로 가는 길에 데이케어에서 한 할머니를 픽업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운전기사가 참 열심히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승객을 돕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할머니 워커가 고장 나서 차가 움직일 때마다 내 휠체어에 와서 부딪치자 차를 세우고 워커를 접어 짐칸으로 옮겨 실어준다. 이 서비스가 없었다면 할머니가 16마일이 떨어진 다른 동네의 데이케어 프로그램에 독립적으로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를 내려드리고 드디어 롱비치로 향했다. 프리웨이로 30분을 달려 도착하니 1:58분이었다. 픽업 예정은 12:05분이었지만 12:35분에 차량이 왔으니까 중간에 할머니를 모셔드리고도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린 것이다. 착한 가격은 덤이다. 겨우 $3.50! 팁도 진심의 표현으로 주면 받겠지만 자기는 그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기 때문에 팁은 안 받는다고 한다. 너무 좋은 서비스! 앞으로 자주 이용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파워 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교통수단이 어떻게 되는지 참 궁금하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구분은 가지 않지만 내가 잘 아는 특수학교 선생님 한분이 "델따쥬"라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의 발이 되어준다고 하신다. 미국의 Access서비스도 개인이 사업주이며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각 개인 사업가가 운영하는 지역은 나누어져 있다. 각 지역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만 현재 내가 사는 곳은 가장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내 생활 반경이 그 안에 다 들어간다. 한국에서 "델따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길 기대하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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