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라 구르님"을 응원하면서...
긴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초입에는 눈을 감았다 뜨면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이 내가 알던 세상으로 돌아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초조함으로 매일을 시작했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사는 동안 나는 컴퓨터와 더욱 가까워졌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컴퓨터 속 놀이터에서 놀던 중 어떤 시사프로 인터뷰에 나온 한 사람이 부스스했던 내 눈을 반짝이게 하고 귀가 쫑긋하게 되어 경청을 하게 됐다. 어여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대궐을 배경으로 휠체어를 타는 공주의 모습이 눈부시게 화려해 보였다. 나는 혼자 크게 웃었다. 이 사진을 접하기 바로 몇 주 전에 한 대학 초청강의 중에 조선시대의 휠체어 탄 사람의 모습은 어땠을까 하며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다. 바로 유튜브에서 휠체어를 탄 조선시대의 공주를 보게 된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당당한 모습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자신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아주아주 오래전 한 총장님이 훈화 중에 “장애인이 예쁘게 옷을 입고 다니면 비장애인의 마음이 더 안타깝고 아프다”라고 한 말을 들은 이후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늘 허름하게 입고 다녔으며 모든 것을 속으로 감추고 살았던 나와는 달리 자신을 공주로… 또 신부의 모습으로 “미”를 표현해 내는 상큼한 젊은이를 보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나에게는 장애인 스포츠에 집중한 건강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나는 미국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으면서 미묘하게 닮아있는 나의 사진을 여러 장 찾아 무작정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냥 이런 누군가가 그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기대하고 있지 않고 있었는데 답장이 왔고 서울에서 직접 만나는 기회까지 있었다. 직접 보니 마냥 예쁘고 강하고 좋다! 나와 비슷해서 좋고 나와 달라서 더욱 좋다. 나보다 훨씬 진화된 그의 모습이 날 행복하게 했고 가슴을 뛰게 했다. 일면식도 없는 꼬꼬마 후배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나보다 폭넚은 미래의 세상으로 이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고 그런 후배를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나의 행운인가 곱씹어 보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비슷한 걸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 너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는 이 세상의 새 주인으로 나서는 MZ세대로 현재를 열심히 굴러다니는 “구르님”이고 나는 그동안 쥐고 있던 주인자리를 넘겨주어야 하는 붐세대로 그동안 세상을 열심히 굴러다녔던 “구른님”이다. 그는 위상이 높아지며 세상의 다른 나라와 격을 같이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접근권을 조금씩 성취해 가고 있는 활발한 세상에 살고 있고 나는 그동안 세계의 리더역할을 해오며 장애인의 건물, 교육, 생활등의 접근권이 거의 다 달성되어 이제는 그다음 단계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미국에 살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 휠체어를 타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세 칸의 계단이 평평하게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소개하며 자신의 휠체어로 “구르님”했다. 나는 일본처럼 아직 휠체어를 타고 사용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한국에서 과거 운동선수로 팀원들과 원정경기를 위해 여행을 하며 익힌 방법으로 일반 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보이며 몸소 “구른님”이었다. 이렇게 우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 동영상을 각자의 유튜브에 올린 것을 보며 또 한 번 웃었다.
또 어느 날 구르님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놀랐다. 그는 기숙사에서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자기 전이나 심심할 때 한다며 가상현실 속에서 AI 게임을 “구르님”하는 모습을 올렸고 나도 5년 전부터 매일 저녁 AI가글을 쓰고 30분 이상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통해 운동을 하는 “구른님”이라 웃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 둘 다 “비트세이버”라는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의 전공이 미국에서 장애학생의 미래준비에 대한 방법을 가르치는 전환교육을 강조하며 교사양성과 부모교육에 중점을 둔 특수교육이라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지만 구르님은 다양한 주제로 폭넚게 다양한 사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보다 어린 장애인 친구들을 위한 휠체어 꾸미기 웍샆도 하고 장애인 삶의 이구석 저구석을 보여주며 장애인에게는 정보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보를 주는 일을 열심히 또 내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게 하고 있다. 아직도 풋풋한 그는 벌써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라는 책을 냈고 나는 장애인의 잠재력과 새로운 학문의 길라잡이가 될 “특수체육”이란 책을 내 우리나라 특수교육과 특수체육의 시작에 힘을 보탰었다.
나는 젊은 세대를 믿는다. 부모교육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다. 큰 변화가 너무 짧은 시간에 다가오는 21세기 초입에서 많은 한국부모들이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과거형” 미래를 어린 자녀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고 다닌다. 제4차 혁명의 주역으로 살아가야 할 자녀에게 부모들은 조언보다는 미래를 꾸며가는데 원동력이 되는 자존감과 자신감, 남과의 협력방법과 의사소통, 그리고 자기주장 능력을 돕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처럼 “구른님”들은 현재 “구르님”이나 앞으로 “구를님”들이 표현하는 주장들을 열심히 들어주고 칭찬과 격려는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며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 “구른님”이 “구르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딱 한마디 있는데… “굴러라 구르님”이 해외여행을 하며 다른 나라의 장애시설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과 외국의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하는데 “되어있는 것”과 “되어있지 않은 것”의 비교를 넘었으면 한다. 장애인의 접근성이 잘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의 좋은 점을 이야기할 때 그곳에서도 시정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함께 지적해 주고, 또 아직 “되어있지 않은 곳”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그 환경의 좋은 점도 함께 제시하면 좋겠다. 아! 역시 나도 꼰대인가? 이런~~
에필로그 - 변명이랄까 모델링이랄까? “여러분~ “구른님”들!” 다음세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삶 속에서 구른님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 생각을 모두 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한두 마디만 객관적으로 하시라는 걸 시범보인 겁니다. 하하! 구른님들의 미래인 “구르님”과 “구를님”들이 선택하고 숨 쉬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실천해 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구속의 틀이 적어야 합니다!
이 글은 한국공무원문인협회의 등단수필을 편집한 것입니다.
참고 링크:
· 구르님: YouTube.com/@rollingguru0829
· 구른님: https://www.youtube.com/c/DrKi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