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한쪽 길이 감돌아간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다 비숫했지만 이 길은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길은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노라고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았다’고 말입니다.”
이 시는 퓰리처 상을 4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5-1963)의 “가지 않은 길”이란 작품이다. 감수성이 무척이나 예민했던 중학교 때 읽은 이 시는 내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선택의 길을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이기도 하다. 대학을 가는 길목에서 마치 이 시의 주인공인 양, 나는 꿈에서도 가보고 싶어 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늘 오가는 그 아름다워 보이는 길을 한참 동안 바라다도 보았고 갈등도 했었다. 특히 또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에 다시는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아직 사람의 발길이 없이 누군가을 기다리는 듯한 특수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도 살아가며 인생길에서 두 갈래길을 마주할 때마다 빙긋이 웃으며 이 시에서 말하는 조금이라도 사람의 발길이 덜 있는 길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곤 한다. 그것은 결국 도전의 길이며 개척자로서 겪어야 하는 고난을 예고하는 길이다. 또한 살아가며 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미련과 궁금증이 어찌 없겠는가? 가끔 그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숨을 내뱉기도 하고 그 아쉬움이 타인과의 대화 중에 묻어 나오더라도 머언 훗날이 되어 삶을 뒤돌아 볼 때쯤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의 선택과 그것이 가져다준 예기치 않게 살아내야 했던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온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가 내가 특수교육을 택했던 때보다는 엄청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들의 미래는 남에 의해 결정되고 평생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한 가지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졌던 두 갈래 길처럼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더 큰 변화를 맞이하여 장애인들의 삶 속에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두 갈래 이상의 길이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장애인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소망하게 된 것은 1980년 초쯤 있었던 선택의 길목에서 "가지 않은 길"인 특수교육의 길을 택해 얻게 된 고귀한 열매인 것이다. 나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나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