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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Dec 28. 2023

나의 유학 방랑기 8

에너지의 90%는 철저한 준비에..

포닥 1년을 지내면서 슬슬 진짜 생활현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취업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대학은 보통 6-10개월 전부터 공고를 하고 서류심사와 인터뷰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포닥과정이 아직 일 년이 남았지만 슬슬 취업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국친구들도 하나둘씩 서류를 내고 인터뷰를 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원서류 중의 하나로 지원이유를 적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영어로 써야 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먼저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알릴 것인가를 3-4개로 추려서 강조점을 결정을 하고 초벌 소개서를 작성한 후 가장 친했던 박사과정 친구에게 읽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말하려고 하는 요점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했다. 다행히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을 집어냈다. 그리고 난 후 단어와 문장을 고쳐달라고 했고 같은 과정을 다른 두 사람에게 더 부탁을 해서 교정을 하고 또 교정을 해서 어렵게 한 페이지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편지에 강조할 내용은 지원할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격에 맞추어 조금씩 바꾸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에서는 교육분야에서 가르친 경험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대학교에서는 연구실적과 그랜트로 외부에서 연구지원을 받을 능력이 있는가를 보기도 한다. 강조점 중에는 당시의 사회상황을 반영한 요구를 넣는 게 좋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에 지원을 한 만큼 인종과 언어의 다양성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중요하다는 점과 그 당시 연방정부에서는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이라는 법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실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개서에서 중요한 요점은 특수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친 경력과 나의 연구방향과 연구실적을 알려야 했고 한국인이고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는 개인목표에 캘리포니아 한인사회와 그 외 소수민족 장애인에게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는 말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정성을 들인 소개서와 필요한 서류를 다 준비해서 제출을 했다. 외국학생이었으니 대한민국 여권과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임을 알리는 비자 사본을 제출했다. 우와~ 첫 전화가 왔다. 수화기 저편의 대학관계자는 나에게 서류전형에 합격을 했다는 축하말을 건넨 뒤에 교수임용위원들과 전화 인터뷰 날짜를 정하자고 했다. 이런저런 날짜를 말하기에 나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가장 늦은 날짜를 달라고 해서 12일 정도의 시간이 얻었다. 나는 임용공고를 다시 꼼꼼히 보면 업무목록들을 중에서 무려 13개의 가능한 질문을 뽑았다.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각 질문을 현재의 논점들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미래의 방향들로 답을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의 전문가적 의견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적었다. 그렇게 논문 쓰듯 13개의 질문에 답을 정리하는데 12일이 그리 긴 기간이 아니었기에 많은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답이 다 작성되자 박사과정의 미국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모의면접 연습을 하게 상대가 되어달라고 했다. 아무리 답을 정리해 말을 하려고 해도 영어인 외국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서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 다른 친한 박사과정의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서 세 번의 모의인터뷰 연습을 하고 나니 뭔가 준비가 된 마음으로 든든했다.


전화 인터뷰 날에 나는 한 페이지에 하나의 질문과 답을 큰 글씨로 적어서 13장의 답지를 마룻바닥에 잘 보이게 펴 놓았다. 전화가 왔다. 수화기 저편에 모여있는 교수임용 위원들을 한 명씩 소개받고 이런저런 사소한 인사말이 끝나자 바로 한 교수씩 돌아가며 질문을 시작했다. 준비를 철저히 한만큼 각 질문에 간단히 이러한 내용이며 나의 견해를 세 가지로 요약해 간결하게 답을 하기 시작했다. 무려 8개의 질문을 했는데 그 모든 질문이 내가 준비한 13개에 들어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왜 그 대학에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 대답도 세 가지 다른 측면에서 대답했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도전이라고 했다. 한국으로 가면 한국말로 쉽게 적응하겠지만 나는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박사들과 경쟁에 도전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미국의 특수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쳐본 경험에 의하면 한국의 교육법 중에 좋은 것이 많아 나는 미국특수교육계에 한국과 아시아의 좋은 교육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지원이유로 캘리포니아에 가장 큰 한인 사회가 있는데 그중에 장애인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민자 가정의 장애인과 가족은 영어부족이나 특수교육 제도를 잘 몰라 미국에 살면서도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인사회와 한인 장애학생들 뿐만 아니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이민자들이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돕고자 하는 목적이 지원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화 인터뷰가 끝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바로 전화가 왔다. 전화면접에 통과한 3 사람을 캘리포니아 캠퍼스에서 대면 인터뷰를 하려고 하니 오라는 것이었다. 공짜로 캘리포니아 여행도 하고 친구들도 보고 대학 인터뷰 경험도 해보자는 심산으로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전화인터뷰 중에는 질문을 들으면서 종이에 적어놓은 답지를 커닝해서 편리했지만 대면면접에서는 써놓은 것을 보고 할 수가 없으니 이번에는 모두 다 달달 외워야 하는 일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미국대학에서 일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미국대학에서는 외국 인재들의 영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접 교수임용위원으로 참여해서 보니까 외국에서도 많은 인재들이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모두 미국 지원자와 같은 조건으로 심사를 한다. 나처럼 미국에서 유학을 한 외국인 이외에도 싱가포르, 타이완, 호주, 멕시코, 아르헨티나등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도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본국에서 쉽게 지원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미국 이민법에는 모든 기업에서 외국인을 기용하려면 그 직종에서 요구하는 기본지식과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경합을 벌이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 우선권을 주게 되어있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경우에는 요구하는 기본지식과 경험에 준거하고 미국인과 경합이 붙더라도 그 대학에서 "최고"의 선택이라는 결정에 따라 임용할 수가 있다. 즉 대학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교수후보가 외국인이라도 같은 지식수준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우선해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학위를 한 사람도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만 있으면 미국대학 교수채용에 응모할 수 있다. 한국의 많은 후배 학자들이 미국대학으로 진출하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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