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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Sep 15. 2021

인내, 그리고 그 결과

말씀 쿠키 153


인내하면 가장 먼저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장 자크 루소-'는 말이에요. 

이와 함께 중학교 1학년 때 후 수학을 담당하셨던 

키는 크고 비쩍 마른 총각 선생님(문용호 선생님)이 

저희 담당 수학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결근하셨을 때 

대신 수업하러 오셔서

 '인내(끈기), 자비(사랑), 지혜(?)를 가지고 살아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기록해 놓고 기억하며 수없이 곱씹었던 것 같아요. 

교무실에 계실 때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해서 

주변 사람을 놀라며 웃게 만들던 선생님과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또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후에도 

계속 연결되었다가 광주사태가 나던 날 연락이 끊겼어요. 

당시 광주에 계셨었는데 

혹시 광주사태 희생자의 명단에 있는 것은 아닌지....

찾아보지 않았네요. 

그냥 항상 밝은 얼굴로 

'경희야 용기를 가지고 살아라, 너는 잘 될 거야. 

괜찮지? 할 수 있지?'용기를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어서예요. 


인내는 참고 견디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알고 꾹꾹 눌러 참고 견디며 살기를 요구받았고 

그렇게 사는 것인 줄 알았고 그래서 그렇게 살았어요. 

7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나 

저는 항상 참아야 했고 양보해야 했으니까요. 

어머님은 말없이 눈물 흘리더라도 참아내는 저에게 

항상 '네가 참아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참고 견디고 양보하며 성장했어요.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알고 성장한 거죠. 


그러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서 

이렇게 나만 참고 견디며 사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기회는 생각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고요. 

형제들이 어머님과 함께 여름휴가를 갔던 

전라도 어딘가의 바닷가 숙소에서 

네 살 조카아이가 제 빰을 세게 후려친 거예요. 

순간이었어요. 

밤늦은 시간 자야 하는데 

자꾸만 저희 아이(다섯 살)와 놀고 싶어 하는 것을 

제가 저희 아이에게 이제 자야 한다고 분리시켰더니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에요. 

저는 '이거 뭐하는 행동이야?'라고 소리쳤고

그때도 어머니는 '네가 참아라'하셨어요. 

당연히 참지 않았죠. 

잘 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야지 왜 나만 참아야 하느냐고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왜 나만 참으라 하시냐고 

어머니께 항의? 했어요. 

어머니는 저 아이는 장 미숙아로 태어나 

조금만 기분이 나쁘면 토하니까 

네가 참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한 번 터진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할 말 다했어요. 


그 사건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죠. 

다행이죠. 

지금은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는 갖추되 할 말은 하는 것이 

만병의 원인이 된다는 스트레스를 내 안에 쌓아 놓지 않을 테니까요. 

저처럼 맘 여리고 착해서 할 말 못 하고 끙끙 앓는 분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직접 말할 수 없을 거예요. 

그때는 일기장에다 풀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 같아요. 

일기장은 자기만 보는 거니까 그곳에 무슨 말을 써도 괜찮잖아요. 

감정 그대로 쏟아내는 거지요. 

욕을 써도 괜찮고요.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조금 시원 해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담대해지고 

언젠가 대상이 되는 사람을 향해서도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저처럼 말이죠


요즈음은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봐요^^

그럼 하나님 말씀을 부정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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