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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05. 2021

자녀 양육

말씀 쿠키 153

사진&편집/nagil_avagia


부모라면 누가나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참 어려워요. 

잘 키운다는 것이 뭘 말하는지 사람마다 기준도 조금씩 다를 것 같고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서 생활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잘 키운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양육하려고 하는데 제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아요. 


며칠 전 올해 자립한 두 명의 아이중 한 아이에게 카톡이 왔어요. 방을 조금 싼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해요. 자립할 때 조금 발품을 팔면 LH공사에서 지원하는 전세주택을 얻어서 나갈 수도 있고 주택의 방 한 칸을 임대하면 월세가 싼데 굳이 원룸을 고집해서 월 45만 원이나 하는 원룸으로 갔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아이예요. 지각과 조퇴를 밥먹듯이 하고 경찰서에 붙잡혀 가기를 몇 번이나 하며 학교 선생님과 저를 안타깝게 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어요. 

아이 아빠가 굴삭기(포크레인)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은 자기가 시켜줄 수 있다고 하고 아이도 굴삭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평택까지 가서 비싼 학원비 내고 학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같이 공부하면서 진심으로 아이가 자립하여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양육했어요. 


https://blog.naver.com/kyonghee61/222012591602


가까운 곳에 아빠, 엄마, 새엄마, 외할머니 등 지지기반이 든든한데 아이는 누구 말도 듣지 않고 원룸으로 나가더니 친구들과 밥 늦게 야식 시켜 먹고 떠든다고 쫓겨났어요. 집주인이 나가라고 한다고 당장 나가겠다고 하면서 이번에는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가 60만 원이나 하는 오피스텔로 가겠다고 했어요. 튼튼한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취업해서 200여만 원 남짓 받는데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가 60만 원이면 관리비 포함 75만 원은 매월 나가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아이는 듣지 않았어요. 안성에 오피스텔이 있기나 할까? 아이는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부동산에 이미 계약하겠다고 해 놓은 거예요. 부모님 허락받으라고 하니 대답이 없다고 도와 달라고 해서 일단 이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제 겨우 3개월 지났는데 그 사이 다니던 직장은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한 날 엘리베이터 수리하느라 멈춰서 계단으로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발목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쉬고 있으니 당연히 월세는 밀리고 아빠나 형에게 부탁하면 당연히 도와줄 줄 알았는데 도움 주지 않으니 그제야 싼 곳으로 이사해야 할 것 같다는 카톡이 왔어요.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비싼 돈 주고 경험을 샀다고 얘기해주고 직접 알아보라고 했어요. 


 성경 말씀은 아이를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고 하는데 역기능 가정에서 왜곡된 인지 구조를 가지고 온 아이들을 교훈과 훈계로 양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주말에는 선생님들이 모두 쉬고 제가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삼시 세끼를 챙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생활 지도하고 학습지도까지 숨 가쁘게 하루를 보내야 해요. 연휴가 하루 더해지면 정말 길게 느껴져요. 한 아이라도 고집부리고 떼쓰는 일이 발생하면 지치게 돼요. 막무가내로 고집부리고 떼쓰는 아이를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그런 긴 연휴가 지나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요. 오늘이 그런 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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