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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04. 2021

두려워하는 마음

말씀 쿠키 153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려워하는 마음을 주신 것이 아니라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를 주셨다는데 우리 마음에는 능력과 사랑과 절제보다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많아요. 사람마다 대상도 다양해요. 사람을 두려워하고 어둠을 두려워하고 물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높은 곳을 두려워하고 지하를 두려워하고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해요. 


그게 뭐가 두렵냐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그와 관련하여 깊은 상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어둠과 높은 곳을 두려워해요. 어둠은 서울에서 야간고등학교에 다닐 때 두 번이나 심한 공포를 경험한 때문이에요. 얼마 전 묵상했던 밤 10시가 넘어 집에 가다가 한 남학생에게 끌려 간 경험이 있고 또 한 번은 요즈음도 인기가 있는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학원에 다녔는데 집에 가는 막차를 겨우 타고 집에 갔어요. 


그날은 조금 늦었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교복을 입고 택시를 탔어요. 그런데 택시 기사가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 차를 세우더니 자기는 여기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고 내리라는 거예요. 여기가 어딘데 어떻게 집에 가라고 여기서 내리라고 하느냐고 했더니 여기 택시 잡기 쉬운 곳이니까 다른 택시 타면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뒤를 보니 택시가 오더라고요. 


순진했던 저는 택시에서 내렸는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변이었어요. 아무리 손을 들어도 멈추는 차는 없고 두려움에 심장은 조여들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었어요. 마침 택시 한 대가 멈추더니 여기는 차가 멈추는 곳이 아닌데 왜 여기서 차를 세우려고 하느냐고 빨리 타라고 했어요. 교복을 입고 있어서 멈추었다고 해요. 상황을 얘기했더니 기사 아저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고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주셨어요. 


하얀 교복이 저를 살린 거죠. 


지금도 처음 탔던 택시 기사가 왜 저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내려놓고 가버렸는지 몰라요. 이처럼 어떤 경험이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게 해요. 두려워하는 마음이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데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아니라니요. 물론 하나님은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시겠죠. 세상을 창조하고 사람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두려워하는 마음은 누가 왜 주었을까요? 


애써 두려워하는 마음을 밀어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우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오늘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닌 능력(날마다 순간마다 감사하는 능력)과 사랑과 절제를 선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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