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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14. 2021

말씀 쿠키 153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에요. 월세 거나 전세 거나 내 소유이거나 사는 동안은 내 집이고 내가 편안하게 눕고 잘 수 있는 공간이지요. 나만의 스타일대로 정리하고 꾸미고 늘어놓고 살아요. 그래도 뭐하는 사람 없어요.  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다르겠네요. 만약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가 편안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조율이 필요해요. 서로 성향이 다를 수 있을 테니까요. 일방적인 강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받게 할 수도 있어요. 


저는 비가 오면 비를 맞지 않고 따뜻한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해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갈 곳이 없이 벽돌 찍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쉬는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몸을 피한 적이 있어요. 땀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가만히 앉아 밖을 보니 장대비가 땅에 떨어져서 왕관 모양으로 다시 튀어 오르는 모양이 정말 예뻤어요.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었다면 사진으로 남겨 놓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워요. 언니네 집에 얹혀 살며 학교에 다니던 때였는데 시어머님이 오신다고 해서 잠시 집 옆 벽돌공장 마당의 작은 하우스로 피한 상황이니 참 슬픈 일인데 그 상황에서 빗방울이 땅에 떨어져서 튀어 오르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니 신기해요. 그 아름다운 모양은 40년이 지나도 제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서울에서 후암동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칠보공예를 하는 가정집에서 일하며 야간 상고에 다닐 때예요. 여름이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서부역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후암동 집까지 걸어갔어요. 서부역에서 후암동으로 가는 버스도 없고 걸어 다닐만한 거리이니 당연히 걸어 다녔죠. 우산을 쓰기는 했으나 옷이 다 젖었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축대 옆 작은 골방에 들어가니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더듬거리며 젖은 옷을 갈아입기는 했으나 그 밤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씻지도 못하고 수건으로 대충 닦은 다음 곰팡이 냄새와 함께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요란한 빗소리를 들으며 고향생각, 엄마 생각으로 위로를 받았어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콩을 볶아주시거나 부침개를 해주셨어요. 저는 마루에 걸터앉아 초가집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소리를 반주 삼아 목청껏 노래를 불렀지요. 비가 오는 것이 좋았어요. 비가 오면 어머니가 밭에 나가 일을 못하시니 그동안 일하느라 바빠 챙겨주지 못한 간식을 챙겨주셨거든요. 지금도 비가 오면 부침개를 해서 먹고 싶어 져요. 


모두가 집에 얽힌 저의 추억이에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곳이 주방이 될 수도 있고 골방이 될 수도 있고 안방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어느 곳이거나 내가 주인이고 대장이 되어 내 맘대로 언제라도 눕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면 돼요. 그곳에서 꿈을 키울 거예요. 작은 꿈의 씨앗은 싹이 트고 입이 나고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누군가에게 그늘을 드리워주겠지요. 

집이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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