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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13. 2021

사랑은 뭘까?

말씀 쿠키 153

즐거운 집 뜰안(2021.10.12)

사랑은 뭘까?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지점은 다를 것 같아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는 사랑에도 언어가 있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요. 저자는 사랑의 언어를 다섯 가지로 분류해요.     

 

스킨십을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 

선물을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 

칭찬과 격려를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 

함께 하는 시간을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

봉사를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     


사랑의 언어는 부부간에도 달라요. 분명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사는데 살다 보니 어긋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연애할 때는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고 스킨십이 좋았는데 함께 살다 보니 진짜 내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일 수 있거든요. 


제가 그랬어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순수한 모습이 좋았고 젊은 사람이 결핵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내가 곁에 있어주면 건강하게 잘 살 것 같아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 사랑의 언어가 너무 달라요. 남편은 이벤트를 좋아해요. 언젠가 생일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갔는데 아들에게 웨이터에게 엄마 생신인데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라고 시켰어요. 

어린 아들은 쫄랑쫄랑 가서 웨이터에게 물어보았고 웨이터는 와인잔을 가져와 뒤집어 쌓더니 맨 위 꼭대기에 하나만 바로 놓고 가서 레스토랑의 음악을 생일 축하 노래로 바꾸어 놓은 다음 다시 와서는 샴페인을 터트려 맨 위 잔에 부었어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시던 손님들이 모두 손뼉 치며 축하해주었지요. 그러면 눈물 나게 감동해야 하는데 저는 웃으며 “고마워요”로 답했어요. 남편은 너무나 간단하게 반응하는 제가 섭섭했을 거예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읽고 남편과 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스킨십을 좋아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사랑으로 느끼는 반면 저는 칭찬과 격려 그리고 봉사를 사랑으로 느끼고요. 서로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것을 주고 상대방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실망하고 속상하고 심지어 비난하고 정죄해요. 


요즈음 들어 1년 365일 삼시 세끼 따뜻한 밥상을 차려낸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동안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지 않고 즐겁게 했는데 나이가 예순을 넘기고 나니 1년 365일 삼시 세끼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다는 것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동안 참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싶어요. 즐거운 집 그룹홈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고 자립하도록 하겠다고 생각하고 아침저녁 밥상을 제가 챙겼어요. 물론 된장, 고추장, 김치 같은 밑반찬도 직접 만들고요. 매일 8~10명의 밥상을 13년 동안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요. 


저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어요.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밥상을 차린 것은 아니에요. 남편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좋아서,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고 힘을 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했던 밥상 차리기를 이제 조금씩 내려놓고 싶어 져요. 


사랑이 식은 걸까요. 

아니면 나이를 먹어 기력이 달려서일까요. 

그래도 아직은 이 시간이 지나고 5시 30분이 되면 저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주방으로 갈 거예요. 

제가 매일 하는 사랑의 표현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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