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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Oct 25. 2021

결혼한다는 것

말씀 쿠키 153


   

결혼할 상대를 잘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함께 사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자가 살아온 문화적 배경이 따라오기 때문에 연애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불편함이 보이기도 하고 나와 어긋나는 작은 습관이 눈에 가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올해로 결혼 38년째예요. 크고 작은 일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마음이 여리고 약한 저는 맛 대응해서 싸우지도 못하고 눈물 질질 짜며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로 저를 합리화하며 참고 또 참아냈지요. 순한 양이 사나운 호랑이가 되었어요. 지금도 목소리 높여 싸우지는 못하는데 그렇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지는 않아요. 


나이를 먹으니 기가 세지고 웬만한 일에는 감정이 동요 없이 이성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은 기력이 쇠하여지고 현역에서 물러나니 수입도 없고 큰소리칠 근거가 없어 기가 죽어요. 시대적 흐름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남편은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며 무조건 복종하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던 60년대 사고에서 여자도 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로 인식하는 21C 기를 살아가고 있으니 사고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상황은 바뀌었어도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은 축복이에요. 어떤 며느리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집안을 화목하게 하는 여인이 있고 평화를 깨는 여인도 있어요. 오늘 말씀은 바가지 박박 긁고 싸우는 여자와 돈 많고 부자로 사는 것보다 움막 같은 작은 집에서 화평하게 사는 것이 났다고 말하고 있어요. 


움막 하면 어떤 집이지? 현대식 주거 공간이 아닌 비바람을 피할 수만 있도록 만든 재래식 주거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아요. 그런 불편한 공간에서 살아도 어떤 여자 또는 남자와 사느냐에 따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되었어요. 


지금 나는 화평을 만드는 여자인가? 평화를 깨는 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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