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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20. 2021

악은 모양이라도 버려라

말씀 쿠키 153

   

아기는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태어나요. 선한 돌봄을 받으며 성장한 아기는 선이 악을 이길 확률이 높아지고 악을 경험하며 성장한 아기는 악이 선을 덮어버려요. 어린아이들은 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유치원에서 실습할 때 네 살밖에 안 된 한 아이가 조금 부족한 아이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꼬집고 때리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리 말리고 혼내도 그때뿐 선생님 눈을 피해 순식간에 꼬집던 아이, 원장님의 훈육에도 끄덕하지 않던 아이가 지금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해요.     


악은 모양이라도 버려라     


제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해요. 무서운 얼굴로 금방 주먹이 날아갈 것 같은 행동으로 위협을 가하고도 그런 행동을 하면 동생은 두렵고 무서우니까 말로 하라고 하면 ‘때리지 않았잖아요’라고 반박해요. 그때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고 하지요. 때릴 것 같은 행동 그 자체가 이미 때린 것과 같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거라고 얘기해줘요.


언어폭력이 그런 것 같아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인데 상대방은 크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반복되면서 상처가 깊어져 우울의 늪으로 빠지거나 삶의 희망을 잃어 세상 밖으로 떠나기도 해요.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면 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혹여 내가 한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아파하는 사람은 없을까를 생각하며 입술에서 나오는 말을 통한 악의 모양을 버리는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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