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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Dec 03. 2021

인정한다는 것

말씀 쿠키 153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     


대상이 신이거나 사람이거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관계의 시작인 것 같아요. 


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 동안 서울로 노동부 지원 ‘반응형 웹 개발자’ 과정 공부시켜 자립시킨 지 1년이 되어가는 세월이가 왔어요. 15평 주공아파트를 LH공사 전세 주택 지원을 받아 이사를 하고 한 레스토랑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던 세월이에요. 지지기반이 없어 가끔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며 언제나 너를 지켜보는 엄마(위탁 엄마)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어요. 요즈음 바빠 연락을 못했더니 저 집에 가고 싶은 데 가도 되느냐고 톡이 왔어요. 세월이가 퇴소하고 다른 아이들이 들어와서 여전히 바쁜 엄마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항상 저의 시간을 확인하는 섬세한 세월이에요. 


무슨 일일까? 혼자서 사느라 힘든 걸까 아님 가족이 엄마 품이 그리웠을까? 


저의 생각은 기우였어요.

멘토를 연결해주었었는데 지금도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 한 시간씩 멘토 교수님과 대화를 하고 일요일 아침 6시 30분에는 독서토론 모임에 참석하고 운동하고 영어 공부하고 책 읽고 바쁘게 생활한다고 했어요. 엄마가 책 읽으라고 했을 때 책을 조금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된다고 말하는 세월이의 표정은 밝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어요


이번에 전문대학 원서 넣고 예비 합격해서 결과를 기다리는데 합격해도 가지 않겠다고 해요.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고 했더니 멘토 선생님이 꿈을 크게 가지라고 했다고 3년 정도 준비해서 호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하네요. 자격조건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 1년 학비를 마련한 다음 나가서는 아르바이트하며 학교에 다니겠다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저에게 얘기하러 온 거였어요. 


월급 받아서 일부를 카카오 뱅크에 저축했는데 저축 통장 깨고 주식에 투자했다고도 해요. 제가 미니 스탁으로 시작해보라고 할 때는 한 번 해보고 팔아버리더니 왜 다시 시작했냐고 했더니 그때는 엄마가 하는 말이 잘 안 들렸다고 해요. 지금은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 살아보니 몸으로 느껴진다고 하네요. 30세까지 100억대 부자가 되겠다고 야무진 꿈을 꾸네요.      


교회에도 나가겠다고 해요. 주일학교부터 중등부까지는 함께 다녔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안 나가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아서 ‘네가 힘들고 지칠 때 인간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때 너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이 신앙이고 엄마가 믿는 하나님이 너의 하나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얘기했었는데 이제 열매를 맺는 것 같아요 기뻤어요. 이제야 하나님의 존재가 느껴지고 인정하며 관계 맺기가 시작되나 봐요.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컴퓨터 중독이었던 아이

책은 근처에도 가지 않던 아이

공부에는 1도 관심이 없던 아이

그 아이가 변하고 있어요.

《러키》의 김도윤 저자처럼 그렇게 성공한 세월이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위탁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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